“이 맛에 야구하지”…돌아온 롯데 ‘마황’ 황성빈의 질주는 계속된다

입력 2025-07-21 16:52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황성빈.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황성빈의 별명은 ‘마황’이다. ‘마성의 황성빈’을 줄인 두 글자는 투지 넘치는 플레이뿐만 아니라 경기 외적인 스타성까지 갖춘 그에게 딱 맞는 표현이다.

황성빈은 지난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마황’다운 면모를 그대로 선보였다. 그는 3회 초 타석에서 유격수 왼쪽으로 깊숙한 타구를 날렸다. 보통의 선수라면 아웃이 될 만한 상황이었지만 특유의 빠른 발로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황성빈이 지난 20일 LG전에서 6회 말 LG 박동원의 타구를 뜬공 처리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백미는 6회 말 나온 수비였다. LG 박동원의 중견수 방향 큰 타구를 수십 미터 전력 질주 끝에 낚아챘다. 담장 충돌에도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는 관중들의 기립 박수를 끌어냈다. 최근 경기장에서 만난 황성빈은 “그라운드에 돌아와 팬들의 함성을 들으니 ‘이 맛에 야구하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며 웃었다.

황성빈은 올해 부상으로 전반기를 절반 이상을 날렸다. 지난 5월 5일 SSG 랜더스전에서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왼손 중수골이 골절됐다. 그는 “자다가도 그 순간이 떠올라 괴로웠다. 열 번이고 후회했다”며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했던 건데 이제는 무리한 플레이를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상 전까지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당시 그는 28경기에서 타율 0.324(111타수 36안타) 18득점 10도루로 맹활약 중이었다. 황성빈은 “도루 부문 선두였고, 타율도 5위 안에 있었다”며 “팀이 한창 선두 다툼을 벌이던 때라 죄송한 마음이 더 컸다”고 털어놨다.

황성빈이 잠실구장 더그아웃에서 임훈 롯데 코치의 생일 기념 음료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원준 기자

잃어버린 시간을 아쉬워할 여유는 없다. 자이언츠 주전 외야수로서 팀의 후반기 순위 경쟁에 힘을 보태야 한다. 2022시즌 외야 한 자리를 꿰찬 그는 이듬해 부침을 겪었지만 지난해 리그 전체에서 경쟁력 있는 외야수로 성장했다. ‘윤나고황(윤동희·나승엽·고승민·황성빈)’으로 불리는 팀의 차세대 핵심이기도 하다. 황성빈은 “다시 앞만 보고 달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황성빈의 시선은 오로지 ‘자이언츠의 가을’을 향하고 있다. 그는 “시즌을 마칠 때마다 팬들에게 ‘내년엔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인사를 드리는 게 면목이 없었다”며 “올해는 반드시 가을야구, 나아가 그 이상을 선사해 드리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황성빈은 남은 시즌 전 경기 출장, 최대한 많은 출루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상위 타선에서 출루가 많아질수록 팀 승리도 많아질 것”이라고 팀을 향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