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 덮친 충남 예산·홍성 농가 가보니…“복구 막막”

입력 2025-07-21 16:15 수정 2025-07-21 16:18
21일 오전 충남 예산군 산성리에서 쪽파 농사를 짓는 이내복씨가 침수 피해를 입은 종구를 햇볕에 널고 있다. 김성준 기자

“40여 년간 농사를 지었지만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린 적은 처음입니다. 어디서부터 복구해야 할지...”

21일 오전 충남 예산군 예산읍 산성리에서 만난 이내복(71)씨는 최근 수마가 휩쓸고 간 비닐하우스를 둘러보며 말끝을 흐렸다. 비닐하우스 내부는 물기가 채 마르지 않아 바닥에 진흙이 질척였고 비닐하우스 상단에 흙이 묻어있는 등 빗물이 들이쳤던 흔적이 역력했다.

충남은 지난 16일부터 폭우가 쏟아져 지난 19일 오후 6시 기준 평균 강수량 314.1㎜를 기록했다. 특히 예산에는 평균 395.8㎜의 비가 내려 농작물이 물에 잠기고 비닐하우스가 파손되는 등 시설물 피해가 잇따랐다.

예산에서 42년간 농사를 지어온 이씨는 이번 집중호우로 비닐하우스 57개 동에 물이 들어차고 1000여평의 대추 과수원 토양이 유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밭을 갈아 이랑을 만들고 쪽파 종구를 심으려고 준비 중이었지만 집중호우로 1t 가까이 되는 종구가 침수돼 막막한 상황이다.

오가면 원천리에 있는 쪽파 비닐하우스 17개 동도 다음달 수확을 앞두고 침수 피해를 봤다. 비닐하우스에 들이친 물은 하루 반나절 만에 빠졌지만 농작물이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추를 재배 중인 예산읍 석양리 과수원도 많은 비로 토양이 유실되면서 나무가 쓰러지고 뿌리가 드러나는 피해를 입었다.

이씨가 몰던 1t 트럭까지 침수돼 이씨는 택시를 타고 3개 농지를 오가며 수해 복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씨는 “다시 밭을 일구고 쪽파 종구를 심어야 하는데 엄두가 나질 않는다”며 “농작물 재해 보험도 들지 않아 얼마나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21일 오전 충남 홍성군 홍북읍의 한 딸기 체험농장에서 수해 복구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김성준 기자

홍성군 홍북읍에서 딸기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김단비(38)씨도 갑자기 들이닥친 집중호우로 환경제어기와 양액기, 냉난방기 등 비닐하우스 안 모든 전자기기가 침수되는 피해를 당했다. 체험객을 위한 의자와 테이블, 냉장고 등 집기류들도 진흙을 뒤집어써 못 쓰게 됐다.

인근 삽교천이 범람하면서 순식간에 발생한 일이라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씨와 김씨의 남편 등이 수일 전부터 바닥에 쌓인 토사를 걷어내고 물에 젖은 시설들을 하우스 밖으로 끄집어내 청소 중이지만 여전히 막막하기만 하다.

이번 수해로 농장을 준비하면서 대출받은 2억원을 내년부터 갚아나가려 했던 김씨의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김씨는 “서울 직장생활을 정리한 뒤 부푼 꿈을 안고 귀농한 지 1년 만에 이런 피해를 당하니 당황스럽다”면서 “장마철에 둑이 터지지 않도록 지자체에서 더 신경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5시 기준 전국에 농작물 2만4247㏊가 침수된 가운데 충남의 침수 피해가 1만6714㏊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20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폭우로 피해를 본 충남 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했다.

예산·홍성=김성준 기자 ks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