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센 언니들의 춤 전쟁, 최후의 승자는 누구?

입력 2025-07-21 14:57
엠넷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한국 팀 '범접'. 엠넷 제공

세계 정상급 여성 댄서들의 대결은 치열하고도 강렬했다. 댄스 국가대항전을 표방한 엠넷 댄스 배틀 프로그램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월드 오브 스우파’)가 22일 생방송 결승 무대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글로벌로 판을 키운 프로그램은 화제성과 함께 강력한 팬덤까지 만들어냈다.

2021년 국내 여성 댄서들을 앞세운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신드롬 그 자체였다. 이후 남성 댄서들이 출연한 ‘스트릿 맨 파이터’(2022)와 다시 여성 출연진을 동원한 ‘스우파 2’(2023) 등 후속 시리즈가 이어졌으나 비슷한 포맷의 반복으로 시즌1만큼의 인기를 얻진 못했다. 시즌3격인 ‘월드 오브 스우파’는 시즌1 주역과 글로벌 댄서들의 격돌이란 과감한 포맷을 시도하며 시리즈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월드 오브 스우파’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가 지난 16일 발표한 TV-OTT 비드라마 부문 화제성 순위에서 지난 5월 27일 첫 방송 이래 7주 연속 1위(7월 2주차 기준)를 차지했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15~39세 타깃층, 20~49세 남녀 시청률에서 8회 연속 동시간대 1위(AGB 닐슨, 수도권 유료 기준)를 달성했다.

엠넷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한국 팀 '범접'이 선보인 메가크루 미션 '몽경-꿈의 경계에서' 무대. 엠넷 제공

‘월드 오브 스우파’가 차별화된 지점은 역시 국가 간 대결이란 설정이었다. 한국의 ‘범접’, 호주의 ‘에이지 스쿼드’, 뉴질랜드의 ‘로열 패밀리’, 미국의 ‘모티브’, 일본의 ‘오사카 오죠 갱’과 ‘알에이치도쿄’ 등 5개국 6팀이 출전했다. 특히 범접은 ‘스우파 1’의 각 팀 리더였던 허니제이, 아이키, 가비, 노제, 리정, 리헤이, 립제이, 모니카, 효진초이가 한 팀을 이뤄 기대를 모았다.

기존 팬층이 두터운 범접은 서사의 중심에 놓였다. 1대 1 대결인 ‘약자 지목 배틀’에서 연패하는 등 초반 열세를 보였으나 매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국 정체성을 단체 무대로 표현하는 메가크루 미션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정점을 찍었다. 갓과 부채, 태극기의 청홍흑백 네 가지 색을 활용한 ‘몽경-꿈의 경계에서’ 무대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약 1560만회를 기록하며 압도적 호평을 받았다.

범접은 모티브와 탈락 배틀을 벌인 끝에 세미파이널에서 탈락했다. 리더 허니제이는 “우리가 시작을 함께한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어 악착같이 붙잡고 여기까지 왔다”고 눈물의 소감을 밝혔다. 이는 유명세가 아닌 현장 평가로 승패가 결정된다는 프로그램의 명확한 기준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21일 “범접의 우승을 기대한 이들이 많았겠으나 그러지 않은 전개가 현실적이었다”며 “제작진의 선택이 맞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엠넷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미국 팀 ‘모티브’. 엠넷 제공

팀 간 대결 구도는 재미를 더했다. 로얄 패밀리 전 구성원들이 주축이 된 에이지 스쿼드와 현 로얄 패밀리의 기싸움, 같은 일본 출신이지만 스타일이 다른 알에이치도쿄와 오사카 오죠 갱의 신경전이 두드러졌다. 해외 댄서들의 인지도는 크게 높아졌다. 특히 오사카 오죠 갱의 에이스 쿄카는 실력과 외모, 매력을 겸비한 독보적 존재감으로 팬덤까지 형성됐다.

쿄카를 앞세운 오사카 오죠 갱은 22일 오후 생방송 되는 결승 무대에서 에이지 스쿼드, 모티브와 최후의 대결을 벌인다. 우승팀은 심사위원 평가와 시청자 투표 등을 통해 결정된다. 프로그램 종영 이후엔 오는 9월부터 전국 투어 콘서트가 진행된다.

엠넷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호주 팀 ‘에이지 스쿼드’. 엠넷 제공

‘월드 오브 스우파’의 최정남 PD는 “그동안 ‘댄싱9’ ‘썸바디’ ‘힛 더 스테이지’ 등 댄스 예능 지식재산권(IP)을 넓혀 오면서 어떻게 해야 대중이 춤을 더 쉽게 볼 수 있고, 댄서의 팬이 될 수 있는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며 “차별화된 기획력과 노하우의 산물이 스우파”라고 자평했다.

이어 “프로그램의 본질은 잘 알려지지 않은 댄서들을 대중에 소개하는 것이었다”며 “‘월드’라는 수식어를 떠나 실력 있는 댄서들이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모습이 시청자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엠넷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일본 팀 ‘오사카 오죠 갱’팀 . 엠넷 제공

늘 가수 뒤에 가려있는 댄서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시도 자체가 새로웠다. 정 평론가는 “대중이 얼마나 응원할 수 있느냐가 프로그램 성공의 관건인데, ‘스우파’는 가수를 보조하는 역할로 치부돼 온 댄서들을 전면에 내세워 그들을 응원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BTS, 지드래곤, 트와이스, NCT 등의 안무를 만든 유명 안무가이자 알에이치도쿄 리더인 리에하타는 “아무리 큰 무대여도 댄서는 아티스트의 백업일 뿐”이라며 “수년간 그런 경험만 하다 댄서가 메인인 무대에 서니 감동”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스우파’ 시리즈의 인기 이유가 여성 서사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여성과 스트릿 댄스라는 조합이 획기적이었다”며 “다소 거친 느낌의 스트릿 댄스를 해내는 강렬한 여성상을 보여준 점이 주효했다”고 평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춤이라는 볼거리와 경쟁 구도의 긴장감, 그 속에서 성취해 가는 과정이 감동을 줬다”며 “특히 요즘 유행하는 워맨스(우먼+로맨스) 코드에 부합한 여성 서사가 주목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