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도 우유 섭취를 완전히 피할 필요가 없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오히려 우유 속 유당이 장내 유익균 증식을 돕고, 제2형 당뇨병 위험까지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유당불내증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말고, 섭취 방법을 조절해 우유를 건강식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일본낙농협회(J-Milk)가 지난 3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유당을 잘 분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유제품을 꾸준히 섭취할 경우 장내 유익균, 특히 비피더스균의 비율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우유 속 유당이 장내 환경에서 프리바이오틱스처럼 작용해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근거로 해석된다.
유당은 소장에서 완전히 분해되지 않을 경우 대장으로 이동해 장내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며, 이때 ‘짧은 사슬 지방산(SCFA)’이라는 물질이 생성된다. SCFA는 장 기능 개선은 물론 신진대사 유지에도 기여하는 핵심 물질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인의 대다수는 성인이 되면서 유당 분해능이 감소하지만 모든 이가 증상을 느끼는 것은 아니며, 장내 미생물 환경과 일상적인 우유 섭취량에 따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의 치치빈 박사 연구팀은 히스패닉·라틴계 성인을 대상으로 락타아제 유전자형과 식습관, 건강 상태를 6년간 추적한 결과, 유당을 잘 분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하루 한 컵씩 우유를 더 섭취할수록 제2형 당뇨병 위험이 약 30% 줄어든다는 통계를 확인했다. 이는 장 건강과 대사 건강 간의 밀접한 관련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영국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바이오뱅크 데이터 약 16만명을 분석한 결과, 락타아제가 부족한 성인의 경우 우유 섭취가 비피도박테리움 등 유익균 증가와 연결되며 건강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유당불내증은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가 체내에 부족해 나타나는 증상인데, 이러한 경우에 우유는 굉장히 이로운 점이 많은 식품이기에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서 먹거나 천천히, 소량씩 먹으면서 양을 늘려나가면 체내에서 유당분해효소가 서서히 활성화돼 증상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유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 B2 등 생애주기별로 꼭 필요한 영양소가 고르게 들어 있는 식품이다. 유당불내증이라는 한 가지 증상만으로 우유를 멀리하기엔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섭취법을 찾는다면 우유는 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모두에게 유용한 건강식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포천=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