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중국 옥죄기… 韓 음극재·컨테이너선 ‘반사이익’ 기회

입력 2025-07-21 07:31 수정 2025-07-21 07:31

미국 정부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중국산 흑연에 93.5% 반덤핑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한국산 음극재가 반사이익을 얻을 거란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에서도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과 맞물려 컨테이너선 대형 수주 계약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전방위 ‘중국 때리기’가 일부 한국 기업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모양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 상무부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음극재 원료인 중국산 흑연에 93.5%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예비 결정을 내렸다. 반덤핑 관세는 외국 업체가 정상 가격 이하로 제품을 수출해 피해를 주면 그 차액만큼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기존 관세에 반덤핑 관세까지 더해지면 중국산 흑연에 대한 최종 관세는 최대 160%로 치솟는다. 최종 판정은 올해 12월 5일에 나올 예정이다.

그간 중국산 저가 공세에 밀렸던 한국산 음극재에는 이번 관세 조치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음극재와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음극재 출하량 상위 10개 업체는 모두 중국 기업이었고, 한국의 포스코퓨처엠이 11위였다.

포스코퓨처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대량 양산하는 기업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중국산 음극재를 대체 공급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업으로 꼽힌다. 현재 아프리카 등 중국 외 국가에서 흑연 원광을 확보하고 구형 흑연(음극재 제조에 필요한 전 단계 원료)의 국내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인조 흑연은 국내 포스코 제철소의 공정에서 나온 코크스를 가공해 흑연 원료를 제조하는 등 공급망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

중국이 장악하고 있던 컨테이너선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중국 제재 강화로 새 선박 도입을 검토하던 회사들이 중국 밖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미국은 오는 10월부터 중국 국적 선박에 톤당 50달러, 중국 건조 선박에 톤당 18달러의 입항세를 매길 예정이다. 수수료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세계 10위 해운회사인 대만의 양밍은 최근 한화오션에 1만5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7척 발주를 승인했다. 업계는 계약 금액을 13억 6000만~15억 3000만 달러(약 1조 9000억~2조 1300억원)로 추산한다. 선박은 2028년부터 2029년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중국 조선소들은 양밍이 중국에 신조선을 발주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입찰제안서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 선사 캐피탈 마리타임도 지난 4월과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컨테이너선 총 20척을 HD한국조선해양에 발주했다. 계약금액은 약 2조원 규모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일본 선사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로부터 2조 4000억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8척 계약도 따냈다. 영국 해운사 조디악은 장금상선과 손잡고 1만3000TEU 컨테이너선 발주를 HD현대중공업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