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든 세탁기, 초음파 세척 받아보셨나요”… 1시간이면 속이 ‘뻥’

입력 2025-07-21 06:30 수정 2025-07-21 06:30
물이 채워진 삼성전자 세탁기에 초음파 발생 기기가 연결돼 있다. 검은색 기기가 세탁기 본체에 진동을 가하면 내부에 고착된 오물이 탈락해 세척이 진행된다. 김지훈 기자.

엔지니어가 세탁기 하단의 배수 구멍을 열자 시커먼 먼지와 함께 오수가 쏟아졌다. 세탁기 안으로 전자 내시경을 들이밀자 곳곳에 고착된 오물과 곰팡이가 선명하게 보였다. 구매 5년이 지난 드럼 세탁기의 현재 상태다. 세탁량이 늘어나고 방치될수록 오염도가 악화하지만 내부 청소가 어렵다는 제품 특성이 이런 문제를 유발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세탁기 초음파 세척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기존 분해 청소에 비해 세척이 간편하고 시간도 절반 이상 단축해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7일 세탁기 청소를 위해 방문한 엔지니어는 성인 허리 높이의 커다란 검은색 트렁크를 들고 등장했다. 가방 안은 초음파 진동기와 내시경을 비롯해 온갖 장비로 가득했다.

세탁기 초음파 세척은 말 그대로 초음파 진동 장비를 세탁기에 연결해 청소하는 방식이다. 세탁기에 물을 가득 채운 다음 인위적으로 진동을 발생시켜 오물을 내부에서부터 떨어뜨린다. 함께 투입된 세척제에 초음파가 닿으면 거품이 생겼다 사라지며 냄새 제거와 살균 효과를 내는 ‘캐비테이션 효과’도 발생한다.


청소는 진단과 청소, 조립 등 3단계로 이뤄진다. 진단 단계에서는 10여개 항목을 엔지니어가 일일이 확인하며 해당 제품이 초음파 세척 대상인지를 판단한다. 오염도가 극심하거나 일부 구형 모델의 경우 분해 청소가 권장된다. 적합 대상으로 판별되면 세탁기에 물을 가득 채운 다음 세정제를 투입한다. 이후 20여분간 초음파 진동을 가하면 내부 오물이 떨어져 나간다. 장비 없이 분해 가능한 세제함 등 부품은 엔지니어가 직접 분리해 고압수로 세척한다.

초음파 세척의 큰 효과는 꿉꿉한 곰팡내와 세척력 저하 현상을 해결한다는 점이다. 기기 내부에 곰팡이가 피면 아무리 세탁을 많이 돌려도 그 냄새가 옷감에 그대로 배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세탁이 어렵다. 청소기 내부에 손이 닿지 않아 셀프 세척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초음파 세척 서비스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상품이다. 2022년 서비스 기술 경진대회에서 자사 엔지니어 아이디어로 발굴됐다. 기존에는 세탁기를 청소하려면 일일이 모든 부품을 분해한 이후 세척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분해된 부품이 공간을 지나치게 많이 차지하고 가정집의 경우 주변 오염이 심해지는 단점이 있었다. 시간도 4시간 이상 소요돼 고객과 엔지니어의 피로가 컸다.

반면 초음파 세척은 총 소요 시간이 1시간~1시간30분가량에 불과하다. 늘어놓아야 하는 부품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공간적 제약이 크게 줄었다. 초음파 세척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치과에서 스케일링 기구를 켜놓은 듯한 소음이 났지만 이는 전체 세척 시간 중 20분 정도로 길지 않았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삼성 AI 구독클럽’과 연계해 이 서비스를 확대 제공하고 있다. 기존 방문케어 상품에 가입한 고객에게만 구독 기간 중 1회에 한해 제공했지만, 이제는 구독 기간 중 연 1회 제공 가능하다.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서비스 확대 이후 초음파 세척 이용 건수가 15% 이상 증가하고 서비스 만족도도 20% 향상됐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