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브랜드들이 디젤(경유) 신차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로 넘어간 와중에도 수입차 업계는 틈새시장 공략 차원에서 디젤차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으나 반응은 미지근하다.
2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 디젤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173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3754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05년 상반기(391대)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로 수입차 시장 내 디젤 비중은 2% 아래(1.26%)로 떨어졌다.
디젤차는 한때 ‘친환경 연료차’로 주목받았던 시절도 있었다. 낮은 유류비와 높은 연비를 앞세워 2006년부터 판매가 급증했고, 수입차 시장에서는 가솔린(휘발유) 모델을 압도하기도 했다. 10년 전인 2015년 연간 수입 디젤차 판매량이 16만7925대까지 치솟으며 전성기를 맞았다. 그해 가솔린차는 6만5722대가 팔렸다. 하지만 같은 해 발생한 ‘디젤게이트’(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 수요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로 이동하면서 디젤 모델은 빠르게 밀려났다.
빈자리는 친환경차가 채웠다. 올 상반기 수입 하이브리드차는 8만3841대, 전기차는 3만2420대가 팔렸다. 가솔린차(2만122대)보다 많다.
이런 상황 속에도 아우디, 폭스바겐 등 주요 수입차 브랜드는 디젤 신차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아우디는 이달 초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Q5 부분변경 모델을 디젤 단일 트림으로 출시했고, 중형 세단 A5도 가솔린과 더불어 디젤 모델을 판매 중이다. 폭스바겐은 지난 3월 해치백 ‘골프 8세대’ 부분변경 모델을 디젤 버전으로 출시했다.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는 SUV 라인업에 디젤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 포드도 디젤 픽업트럭을 판매 중이다.
수입차 업계는 여전히 디젤차를 원하는 수요가 일정 부분 있다고 본다. 도심보다 고속도로 이용 비중이 높거나 장거리 주행이 많은 경우 디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수입차 회사 관계자는 “디젤차 출시는 다양한 고객층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차원이다. 디젤 모델을 유지하는 것이 브랜딩 전략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틈새시장마저 쪼그라들고 있다.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가 올 상반기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디젤차 비중은 14.9%로 지난해 같은 기간(18.4%) 대비 3.5%포인트(p) 감소했다. 2023년(20.9%)과 비교하면 6.0%포인트(p)나 하락했다. 그나마 수요가 있던 중고차 시장에서조차 디젤차를 외면하는 것이다.
국산 브랜드들은 디젤차에 힘을 빼고 있다. 디젤 모델은 기술 명맥 유지와 하이브리드 차종의 출고 적체 해소, 배출가스 규제가 덜한 신흥국 수출용이 대부분이다. 기아는 지난 14일 중형 SUV 쏘렌토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가솔린·하이브리드와 함께 디젤 트림도 내놨다. 출고 적체를 해소하고 고객 선택권을 유지하려는 조치다. 같은 이유로 기아는 지난해 카니발 하이리무진 디젤 모델을 출시했고, 현대차도 투싼 디젤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