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법 여파에… 한국 전기차 매출 2.7조원 감소”

입력 2025-07-20 16:46 수정 2025-07-20 16:47

미국의 대규모 감세 법안인 일명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이 발효되면서 한국 기업의 전기차 판매액이 약 19억 달러(약 2조6400억원)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0일 ‘미국 트럼프 대규모 감세법의 자동차‧배터리 산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전기차 세액공제가 종료되면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내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약 4만5828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12만3861대)을 기준으로 37% 수준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경협은 미국 싱크탱크인 전미경제연구소의 분석을 근거로 이런 수치를 산정했다. 전미경제연구소는 미국 내 전기차 세액 공제가 전면 폐지될 경우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37%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OBBBA에는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관련 내용이 담겼다. 현재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를 사는 구매자는 최대 7500달러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2032년 말까지 유지될 예정이던 세액공제는 OBBBA에 따라 오는 9월 30일 이후 종료된다.

한경협은 지난 1월부터 현대차 아이오닉 5·9, 기아 EV6·9,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등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5개 차종이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돼 투자 지원 기대감이 높았으나 OBBBA 발효로 투자의 회수 위험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 내 생산 거점의 72% 이상을 부분을 완성차 업체와 합작 형태로 추진해 온 한국 배터리 3사는 가동률 저하와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경협은 OBBBA 발효에 따른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의 타격을 줄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책 기금과 세제 혜택 등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국가첨단전략산업기금 신속 조성·지원,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연구·인력 개발비 직접환급 도입, 공급망안정화기금 조성기간 연장·재원 확보 방식 확대 등 정책 기금과 세제 혜택 지원 등을 언급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불확실한 글로벌 정책 환경 속에서 한국 기업의 안정적 생산 기반 유지와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의 선제적 재정 지원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