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정한 관세 협상 시한을 12일 남긴 20일 미국 워싱턴 DC로 급거 출국했다. 경제 분야 내각 구성이 완료되면서 이번 주 관세·비관세·안보 분야를 아우르는 ‘홀 패키지’ 협상이 본격화될 예정인 가운데 위 실장이 먼저 미국을 방문해 협상 물꼬를 트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위 실장은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워싱턴 DC로 출발했다. 지난 9일 관세 협상 등 한·미 양국 간 현안 논의를 위해 2박4일 일정으로 미국을 다녀온 지 11일만이다. 오는 8월 1일(현지시간) 25%에 달하는 미국의 상호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이번 방미 기간 중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위 실장은 이달 초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루비오 국무장관과 만나 관세 협상과 한·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위 실장은 지난 9일 귀국 직후 브리핑에서 “우리가 그동안 제기한 사안들은 통상이나 투자 구매, 안보 등 전반에 걸쳐 망라돼 있기에 이런 패키지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협의를 진전시키자고 했고, 이에 루비오 장관이 공감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있어 관세 인하 폭은 극대화하고, 비관세 장벽의 타격은 최소화하며, 안보 분야에서는 한·미 양국이 ‘윈-윈’을 이끌어내는 것을 최종 협상 목표로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국방비 지출 확대와 비관세 장벽 일부 완화도 감수하겠다는 태도로 협상에 임해왔다.
특히 미국이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등 농축산물 시장과 자동차 시장 개방 확대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 완화, 고정밀지도(5000대 1 축척) 해외 반출 허용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쏟아낸 상태라 정부도 협상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과 15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각각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갖는 등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을 앞두고 재계 의견을 구체적으로 청취했다. 이 대통령은 개별 기업의 투자 계획과 대응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눴다고 한다. 위 실장은 이들을 포함해 국내 대기업의 대미 투자 의향 등을 고려해 협상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 임명안이 재가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외교·통상분야 수장들도 이번 주 미국을 찾아 연쇄 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에서 정부가 좋은 성과를 낸다면 관세 협상 시효 전 실무 협상을 마무리하고 정상 간 담판 의제로 올릴 수 있다. 그동안 미뤄졌던 한·미 정상회담 역시 개최 시기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반면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흐를 경우 한·미 정상회담 역시 관세 협상 시효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패키지 딜 역시 양국 부서별 이견으로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승욱 이동환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