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지금 창당할 때가…’ 테슬라 내부 회의론 확산, 핵심 경영진 줄줄이 이탈

입력 2025-07-21 05:01

테슬라의 고위 임원진이 줄줄이 사표를 내고 있다. 핵심 경영진의 자발적 이탈은 통상 회사 경영 전망이 어둡다는 대표적 신호로 여겨진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능력에 대한 회의론이 내부에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북미에서 테슬라의 판매·서비스를 총괄하는 트로이 존스 부사장이 지난 15일 퇴사했다. 2010년부터 테슬라의 성장을 이끈 인물이다. 불과 보름 전엔 북미와 유럽의 생산·운영을 총괄한 오미드 아프샤르 부사장이 회사를 떠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최측근이자 차기 테슬라 CEO로 거론된 적도 있던 인물이다. 북미 인사 책임자 제나 페루아 이사, 인공지능(AI) 분야 최고 책임자 밀란 코박 부사장, 배터리·구동계 총괄 비니트 메타 이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분야의 데이비드 라우 부사장 등이 전부 올해 테슬라를 퇴사했다.

핵심 임원이 잇달아 회사를 떠나면서 주요 직책에 적임자를 찾는데도 어려움이 생겼다. 로이터는 정보기술(IT)과 데이터 업무를 담당해온 라즈 제가나단 테슬라 부사장이 최근 북미 판매 총괄 책임자에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2012년 테슬라에 합류한 제가나단은 줄곧 기술직 업무에만 투입됐고 판매 관련 경력은 전혀 없다. 업계에선 그가 존스와 프샤르의 업무를 동시에 이어받은 것으로 본다.

머스크의 경영 능력에 대한 회의감이 잇딴 핵심 경영진 이탈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1~6월) 글로벌 판매량 72만803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3.2% 감소했다. 주가도 지난해 말 403.84달러에서 지난 18일 329.65달러로 18.4% 떨어졌다. 극우 성향의 정치 행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대결 구도 등 ‘머스크 리스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머스크가 본업에 집중하겠다고 말한 지 두 달 만에 아메리카당(America Party) 창당을 선언한 것도 불안감을 키우는 데 기여했다. 머스크가 인수한 엑스(X)의 린다 야카리노 CEO도 지난 9일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지난 5월엔 테슬라 이사회가 머스크의 후임 CEO를 물색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당시 머스크는 “내가 죽지 않는 한 5년 후에도 CEO일 것”이라고 부인했다.

최근 미국 상원에서 통과한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도 테슬라에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테슬라의 ‘캐시 카우’인 탄소배출권 거래 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해서다. 테슬라는 지난해 탄소배출권 거래로 전체 순이익의 38.9%에 달하는 27억6000만 달러(약 3조9000억원)를 벌어들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탄소배출권 수익의 약 75%는 미국에서 발생했다. OBBBA 발효로 인해 다른 기업과의 탄소배출권 거래 계약이 취소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테슬라의 수익은 더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