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진을 비롯한 국회 직원들의 인권 문제를 다루기 위해 설립된 국회인권센터가 조사 대상에 국회의원을 포함하지 않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센터는 국회의원에 대한 조사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법적 근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국회의원 갑질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미투 운동 등을 계기로 2022년 설립된 국회인권센터는 최근 내부 업무처리 규정을 검토하며 조사대상에 국회의원을 명시적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조사 대상에 국회의원을 배제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현재 잠정 확정된 업무처리 규정은 조만간 국회의장의 재가를 거쳐 확정된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국회사무처 산하 인권센터 차원에서 직권 조사가 법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센터 측의 설명이다. 국회사무처 내부적으로 다양한 법률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는 입법이 아닌 국회사무처 직제 규칙안 개정을 통해 설립됐다. 그렇다 보니 업무 처리 기준이 명확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이에 센터는 올해 업무처리 규정 명문화 작업에 착수해 조사 대상과 절차 등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있다.
센터는 인권침해, 직장내괴롭힘, 성희롱·성폭력, 차별행위로 구분해 통계를 관리한다. 설립 첫해인 2022년 총 상담 건수는 63건이었는데 2023년 217건, 지난해 170건으로 크게 늘었다. 그 정도가 심해 상담이 아니라 조사가 진행된 사건은 2022년 13건, 2023년 14건, 지난해 13건으로 매년 10건이 넘는다. 보좌진 외에도 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입법조사처 등 국회 관련 모든 기관에서 접수된 상담 통계다.
‘국회의원 갑질’의 경우 별도 통계로 집계되지는 않지만, 수백건에 달하는 상담건 가운데 여러 케이스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센터 측은 국회의원을 조사하지 못하고 피해자 심리상담 정도만 진행했다. 센터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갑질 행위자인 신고가 들어올 경우 조사 권한이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사건 처리가 가능하다고 안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인권위로 접수된 국회의원 갑질 신고는 극히 드물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인권위에 접수된 국회의원 갑질 신고는 단 2건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모두 각하·기각 처리됐다.
정당별로 운영되는 보좌진협의회 역시 무용지물이다. 보좌진협의회로도 갑질 관련 상담이나 신고가 이뤄지지만 역시 조사 권한이 없을뿐더러 제보자가 특정되는 문제 때문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웅희 김판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