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집중호우로 2명 사망·9명 실종…교외선·잠수교 등 통제

입력 2025-07-20 14:28 수정 2025-07-20 16:24
폭우로 파손된 차량이 20일 경기 가평군 조종면의 한 도로에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20일 새벽 경기 가평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2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시간당 76㎜의 폭우로 산사태와 급류가 발생해 주민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으며, 8명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폭우 여파로 팔당댐 방류량이 급증하면서 서울 동부간선도로와 잠수교 등 주요 교통로가 통제되며 수도권 전체에 교통대란이 확산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20일 오전 4시44분쯤 가평군 조종면 신상리에서 산사태로 펜션 건물이 무너져 4명이 매몰됐다.

이 중 3명은 구조됐으나 7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4시20분쯤에는 가평군 상면 항사리 대보교에서 40대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숨진 채 발견됐다.

오전 4시30분쯤에는 조종면 대보1리에서 80대 남성이 가족과 함께 대피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주민들이 20일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파손된 경기 가평군 조종면의 한 주택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보교 범람으로 대피령이 내려져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불어난 물에 고립된 것으로 파악됐다. 함께 있던 가족들은 탈출했으나 이 남성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오전 5시20분쯤에는 가평군 제령리에서도 산사태로 1명이 실종됐다. 또 조종면 소재 펜션에서는 “차를 옮기러 나간 친구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등 실종 신고가 잇따랐다.

가평 지역에는 이날 오전 3시30분 전후로 시간당 76㎜의 폭우가 쏟아졌으며, 오전 9시30분 기준 누적 강수량은 197.5㎜에 달했다.

조종천 대보교 일대는 오전 2시40분 홍수경보가 발령된 후 수위가 심각 단계인 6.4m를 넘어 최대 9.2m까지 상승하며 조종천이 범람했다.

이에 따라 가평군은 대보교 일대 15가구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리고 고지대 비닐하우스로 이동시켰다. 조종면의 한 수련시설에서는 200여명이 고립됐다가 대피하기도 했다.
소방 대원들이 20일 경기 가평군 북면 제령리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매몰된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제공

집중호우 여파는 수도권 전체로 확산됐다. 서울시는 중랑천 수위 상승으로 동부간선도로 수락지하차도~성수JC 구간을 양방향 전면 통제했다가 오후 1시25분 통행을 재개했다.

팔당댐은 초당 5000t 이상의 물을 한강으로 방류하면서 오전 10시40분 잠수교를 전면 통제했다가 오후 2시30분부터 재개했다.

또한 고양시와 의정부시를 연결하는 교외선도 선로에 토사가 유입돼 전 구간 열차 운행을 중단했다. 교외선은 21일 운행이 재개될 예정이다.

경기북부에는 낮 12시 기준 36곳이 교통통제 중이다. 의정부 동부간선도로 진입로 장암지하차도, 구리 왕숙천 잠수교, 가평 대보교 등이 침수와 범람 우려로 통제되고 있다.

가평에만 대보리 대보교, 현리 역말교, 조종면 마일리 입구도로 등 8곳이 통제 중이다.
새벽 시간에 쏟아진 폭우로 파손된 차량이 20일 경기 가평군 조종면의 한 도로 전봇대에 걸려있다. 연합뉴스

산림청은 이날 오전 8시 가평을 포함한 경기 지역 산사태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 발령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직접 현장으로 이동해 피해 상황을 살피고,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전화해 가평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당국은 추가 피해에 대비해 인근 하천과 산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의정부=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