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공장 보급 수 전국 4위. 부산은 인공지능(AI) 기반 제조 전환의 물리적 기반을 갖춘 도시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AI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과 지원 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BISTEP)이 발간한 정보분석보고서에 따르면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특히 예측과 자동화 기능이 제조 현장의 생산성과 품질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AI 시장은 연평균 46.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응용 분야 중 제조업은 전체의 15.3%를 차지해 의료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크다. AI는 이미 불량률 감소, 설비 고장 예측, 공정 시간 단축, 사전 점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조 현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부산은 지난해 4월 기준 스마트공장 보급 수가 167곳으로 전국 4위에 올라와 있다. 조선, 자동차, 기계 등 중간재 산업이 밀집돼 있어 AI 기반 전환의 필요성과 적합성이 모두 높은 지역으로 평가된다. 정부 역시 AI 제조 혁신 지원사업을 확대하며 스마트공장 고도화와 데이터 표준화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기술 확산이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중소 제조업 현장과의 격차가 심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는 공정 데이터를 수집할 센서부터 부족하거나 예측 알고리즘이 중소기업 환경에 맞지 않아 기술을 도입해도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예산과 인력 부족도 반복적으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기술 보급이 아니라 지역 산업 구조에 맞는 실행 전략이 없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기반이 좋아도 현장에 적용되지 못하면 무의미하다”며 표준화된 도입 모델과 실행 로드맵을 갖춘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해결책으로는 산업군별 특화 AI 설루션 개발, 단계별 도입이 가능한 모듈형 설계, 지자체·대학·기업 간 3자 협력 체계 구축 등이 제안됐다. 또 정부는 중소 제조업의 AI 전환을 위해 기술 공급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산업 구조에 기반한 맞춤형 실증모델을 우선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