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특수자료’로 분류해 비공개했던 북한 만화, 영화 등 자료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제한을 풀기로 했다. 독일 통일 당시 동·서독이 문화 교류를 통해 격차를 좁혔듯, 대북 이해도를 높이고 ‘알 권리’도 보장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통일부 내에 ‘북한자료심의위원회’(가칭)를 만드는 내용의 법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20일 국민일보에 “북한 만화, 영화 등 지금까지 특수자료로 분류하던 자료 중 체제 선전 우려가 없다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한을 푸는 정책을 준비 중”이라며 “북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서 북한 자료를 세간에 공개하고 홍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술, 문화 등 평범한 자료는 검토 후 접근 제한을 푼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통일부 관계자는 “국민의 알 권리도 보장하고 북한 관련 연구, 분석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한 자료는 지금까지 국가정보원의 ‘특수자료 취급지침’에 따라 각 기관이 개별적으로 공개 여부를 판단했다. 지침의 분류 기준이 불명확해 각 기관은 출처가 북한인 자료를 대부분 비공개로 분류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비공개로 분류된 북한 자료는 파악된 것만 최소 30만건에 달한다. 이 중에는 춘향전, 장길산 등 평범한 소설이나 만화, 영화 등 정치사상과 관련 없는 자료도 대거 포함됐다.
통일부는 북한 자료 분류 기준부터 명확하게 하기 위해 국회와 협력해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를 준비 중이다. 법안에는 통일부 내 북한자료심의위원회 설치, 북한 자료 분류 기준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심의위원회는 각 기관의 자료 분류를 돕는 역할을 할 방침이다. 특히 정치사상 등 예민한 사안이 공개되지 않도록 기준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이 의원은 “동·서독 방송 교류가 독일통일과 통합에 중요한 역할을 했듯 체제선전용 북한 자료를 제외하고는 국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70년대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 통일부가 북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원회도 국정과제에 관련 정책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정부 때도 국정과제에 ‘대국민 북한 정보 서비스 개선’이 추진됐지만 일각에서 체제 선전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해 정책이 무산됐다. 이번 정부는 심의위원회라는 대안으로 체제 선전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