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학계 국민검증단’(검증단)이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주요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복제물 수준’이라며 “이 후보자는 자진 사퇴해야 하고 대통령실은 즉각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20일 주장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11개 교수단체 모임인 검증단은 과거 김건희 여사 논문 검증을 주도했었다.
이날 검증단은 이 후보자의 주요 논문에 대해 1대 1 원문 대조 방식으로 수작업 정밀 검증을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검증단은 “‘복붙(복사-붙여넣기) 수준’의 심각한 구조적 유사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증단은 이 후보자가 2018년 충남대 교수 때 집필한 ‘조명의 면적 및 조도 연출 변화에 따른 피로감 평가 연구’와 ‘조명의 면적 및 조도 연출 변화에 따른 불쾌글레어 평가 연구’, 제자 A씨의 박사학위 논문 ‘시스템 조명의 연출 변화에 따른 불쾌글레어 설계 지표 연구’ 등을 비교해 검증했다. 이 후보자는 같은 실험 설계와 데이터를 쓰고 제목만 바꿔 발표했다는 것이 검증단의 주장이다. 이 후보자의 논문이 문단 구조와 결론, 해석이 모두 유사하고 표현만 일부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특히 복수 논문 간 중복 게재와 제자 논문의 반복 활용 정황도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예컨대 이 후보자의 논문은 제자 논문과 평가 방법에서 “피험자는 평가 시 a에 위치하였으며, 총 4번의 시점을 변경하여, 조명 환경을 인지하였다”거나 결론에서 “배경 휘도와 광원 휘도 간 휘도비가 낮거나 고면적·저조도의 연출에서 대부분 허용 범위로 나타났다”고 적은 부분 등이 유사했다.
검증단은 “단순한 문장 일치율을 검토하는 표절 탐지 프로그램만으로 포착할 수 없는 실험 설계, 문단 구조, 결론 해석 등 본질적 유사성에 대해 직접 원문을 비교하고 대조함으로써 학술적 부정의 정황을 명확히 밝혀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중복게재나 유사성의 문제가 아닌, 학술적 진실성과 연구 윤리를 정면으로 훼손한 중대한 사안임이 명백하다”고 했다.
검증단은 이 후보자의 논문이 학계 기준으로 명백한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장관 후보 자격 박탈 사유로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검증단은 “이 후보자의 임명이 강행되면 교육부가 발표하는 모든 학술·연구·윤리 정책은 정당성과 설득력을 상실할 것”이라며 “필요시 국제 학술기구와의 연대를 포함해 모든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2007년도부터 (충남대) 총장에 임용되기 전까지의 약 100편의 논문을 충남대가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검증했고, 모두 (표절률이) 10% 미만이라고 판정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들은 학계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결론으로, (제자 논문) 표절이나 가로채기는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