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시절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78)씨가 61년 만에 재심을 받는다.
부산지법 형사5부(재판장 김현순)는 오는 23일 오전 11시 부산지법 352호 법정에서 최 씨의 재심 첫 공판을 연다. 재판부는 앞서 두 차례에 걸쳐 공판 준비 기일을 진행한 바 있다.
1차 준비 기일에서는 검찰과 최 씨 측이 증인 채택 여부와 증거 입증 계획을 놓고 공방을 벌였고, 2차에서는 신속한 재판 진행에 합의했다. 검찰은 별도의 증인 신청은 하지 않기로 했다.
최 씨 측은 “검찰이 제출한 자료에는 유사 사건에서 무죄 선고되거나 불기소된 사례도 포함돼 있다”며 “검찰이 다음 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 씨는 다음 기일에 출석해 직접 최후 변론에 나설 예정”이라며 “이번 재심으로 60년 넘는 싸움에 마침표를 찍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건은 1964년 5월 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8세였던 최 씨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 노모(당시 21세)씨의 혀를 깨물어 1.5㎝가량 절단시켰다. 그러나 법원은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최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노씨는 강간미수 혐의가 제외되고, 특수주거침입과 특수협박 혐의만 적용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 씨는 2020년 5월 사건 발생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1·2심은 검사의 불법 구금과 자백 강요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3년 넘는 심리 끝에 사건을 파기환송 했다. 당시 판결문, 신문 기사, 재소자 인명부, 형사 사건부, 집행원부 등 법원의 사실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부산고법은 지난 2월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고, 본격적인 재심 절차가 시작됐다.
이번 재판은 한 차례 공판 이후 곧바로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재판부가 유죄 판결을 뒤집을 경우 최 씨는 60년 넘는 세월 동안 이어진 ‘억울한 유죄’ 기록을 바로잡을 수 있게 된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