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폭우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반구대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일주일 만에 수몰됐다.
19일 한국수자원공사 물정보포털에 따르면 울산 울주군 사연댐 수위가 이날 오전 10시 기준 56.45m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 12일 세계유산에 등재된 ‘반구천 암각화’ 중 하나인 반구대 암각화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긴 상태다. 반구대 암각화는 댐 수위가 53m에 이르면 침수가 시작되고, 57m가 넘으면 완전히 물에 잠긴다.
울주군에 국지성 호우가 집중되면서 지난 12일 46.96m이던 수위는 15일 49.48m까지 급속도로 올랐다. 16일 49.36m로 소폭 하강했으나 이후 18일부터 이틀 동안 100㎜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19일 오전 5시를 기해 53m를 넘어섰다.
반구대 암각화를 기준으로 대곡천을 따라 약 4.5㎞ 상류 지점에 있는 사연댐은 수위 조절용 수문이 없는 자연 월류형 댐이다. 그러다 보니 큰비로 댐 저수지가 가득 차면 상류 암각화까지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23년에도 장마와 태풍의 영향으로 8월 10일부터 10월 22일까지 총 74일간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긴 바 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암각화가 물에 잠긴 날은 연평균 42일이다. 수자원공사가 적극적으로 수위 조절을 하기 이전인 2005년부터 2013년까지는 침수 기간이 연평균 151일에 달한다.
암각화 훼손을 막기 위해 2021년 댐 여수로(댐 수위가 일정량 이상일 때 여분의 물을 방류하는 보조 수로)에 수문을 만드는 계획이 수립됐다. 다만 빨라도 2030년쯤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보존 대책을 서둘러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