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외설 편지 보도에 트럼프 “고소할 것”…엡스타인 논란 확산

입력 2025-07-18 15:26 수정 2025-07-18 15:3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미국 월가 유명 투자자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외설적인 그림이 그려진 편지를 보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뉴스”라면서 WSJ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엡스타인의 ‘성 접대 고객 명단’이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불거진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WSJ는 이날 “엡스타인의 50세 생일에 친구들이 외설적인 편지를 보냈다. 그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의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편지는 엡스타인의 연인이었던 길레인 맥스웰이 엡스타인의 지인들에게 요청한 것이었다고 한다.

맥스웰은 당시 수십명이 보낸 생일 축하 편지들을 묶어서 앨범으로 제본했다. 앨범은 과거 엡스타인과 맥스웰을 수사했던 법무부 관계자들이 검토했던 자료의 일부라고 WSJ는 설명했다.

WSJ는 편지의 사진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트럼프의 이름이 적힌 편지에 굵은 마커로 그린 듯한 나체 여성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 그림의 허리 아래 부분에는 ‘Donald(도널드)’라고 적혀있는데 트럼프의 서명으로 추정된다고 WSJ는 전했다. 편지에는 “생일 축하해. 하루하루가 또 하나의 멋진 비밀이 되길”이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WSJ에 “내가 보낸 편지가 아니다. 가짜뉴스”라며 “나는 평생 그림을 그린 적도 없고, 여자 그림 같은 건 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WSJ와 루퍼트 머독(WSJ 소유주)에게 편지는 가짜이며 게재할 경우 고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머독은 이를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그럴 권한이 없었던 것 같다”며 “조만간 WSJ, 머독을 상대로 소송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언론은 진실을 보도해야 하고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출처에 의존해선 안된다”며 “WSJ는 역겹고 더러운 지라시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이 2017년 뉴욕 사법 당국에 출석해 찍은 사진. AP통신

트럼프 대통령은 또 법원의 승인을 전제로 엡스타인 사건 관련 대배심 증언을 전부 공개하라고 팸 본디 법무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본디 장관은 18일 법원에 대배심 증언 녹취록 공개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엡스타인 사건의 정보를 감추고 있다며 지지층 반발이 확산하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 착취 의혹은 2006년 처음 공론화됐다. 그는 2008년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비교적 단기간만 복역하고 풀려났다. 2019년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 혐의로 다시 구속됐고 그 해 교도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트럼프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엡스타인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다만 트럼프는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 착취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이미 사이가 멀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은 엡스타인의 고객 명단이 있었다는 증거는 없고, 사망 원인도 자살이라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하지만 유력 인사 성접대 리스트가 있다거나, 엡스타인의 사인이 타살이라는 음모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도 최근 법무부 발표에 반발해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은 붉은 색 마가 모자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이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는 등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는 엡스타인 의혹에 대해 “그것(의혹 제기)은 큰 사기였다”며 “민주당이 저지른 일인데, 일부 멍청한 공화당원들이 그물에 걸려들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마가 진영에서는 정부가 엡스타인 사건의 모든 파일을 공개해야 하고, 특별검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