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에서는 지난 16일∼17일 ‘200년 만의 폭우’로 불리는 극한호우가 쏟아지며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8일 충남도 등에 따르면 충남에서 현재까지 3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으며 산사태로 매몰됐던 주민 6명은 모두 구조됐다. 도내 도로 31곳이 침수됐고 비닐하우스와 농경지 1만2500㏊ 이상이 물에 잠긴 것으로 집계됐다.
양식장 피해도 커 새우 100만 마리, 연어 5000 마리 이상이 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벼, 채소, 과수 등 다양한 작물이 침수되거나 쓰러졌으며 비닐하우스, 저온저장고 등 농업시설물과 가축도 상당한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했다.
당진 전통시장에도 175개 점포에서 바닥 침수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예산군에서는 산사태로 인한 축사 붕괴, 삽교천 제방 유실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이어졌으며, 농경지·비닐하우스 2200㏊가 물에 잠긴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아산지역은 지난 16일 이후 평균 누적 강수량 358㎜를 기록 중인 가운데 농업 피해 외에도 공장·도로 침수와 산사태 등 317건의 재난 상황이 접수된 상태다. 집중호우로 초사천과 마산저수지가 범람하면서 대표적 관광지인 신정호정원 물놀이장과 수변 산책로도 침수돼 시설복구 완료 때까지 임시 폐쇄하기로 했다.
1200명이 넘는 주민이 18일 임시 대피시설에서 밤을 지새웠다. 오전 4시 현재까지 622세대 1223명이 귀가하지 못하고 각 시·군이 마련한 체육관이나 마을회관 등에서 머물렀다.
지역별로는 예산군이 462명으로 가장 많은 가운데 아산 251명, 당진 196명, 천안 84명 등으로 파악됐다.
일부 주민은 추가 폭우 예보에 대비해 대피했으나 다수는 전날부터 쏟아진 집중호우로 주택이 침수되거나 붕괴 위험에 처해 거처를 잃었다.
충남 전역에는 현재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로 19일까지 50∼100㎜, 많게는 200㎜ 이상의 비가 더 내릴 수 있다는 예보에 주민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한동안 충청권에 집중적인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기상청은 19일까지 충청권 예상 강수량을 대전, 세종, 충남, 충북 100~200㎜(많은 곳 대전·세종·충남 300㎜ 이상, 충북 250㎜ 이상)로 예측했다. 18일 오후까지 충남권과 충북권 모두 강수가 집중되는 시간에 시간당 최대 50~80㎜의 강수가 쏟아질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 확장으로 남풍이 강해지면서 남쪽에서 올라오는 수증기량이 많아지고 한 번 더 비구름 떼가 밑에서 올라올 것”이라며 “모레까지 충청권을 비롯해 남부지방에 매우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16일부터 17일 오전 5시까지 서산에는 총 419.5㎜의 비가 내렸다. 오전 1시46분부터 1시간 동안 내린 114.9㎜의 비는 기상관측을 시작한 1968년 1월 이후 서산의 1시간 강수량 최고치다. 충남 홍성 386.8㎜, 당진 신평 361.5㎜, 태안 341.0㎜, 아산 332.5㎜ 등 인근 지역에서도 많은 비가 내렸다.
서산, 태안 등에 200년만의 폭우가 쏟아진 이유는 중부지방 상공에 형성된 이른바 ‘제자리 저기압’이 장시간 머물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보통 저기압이 만들어지면 바람을 따라 동쪽으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쪽에서 이동을 막았다. 이에 따라 충남권에서는 비 구름대가 이동하지 않고 중부지방에 장시간 머물렀다. 한반도 북쪽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의 습한 공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생긴 저기압이 이동하지 않고 계속 머물면서 비가 내렸다는 것이다.
2년 전 대형 참사가 발생했던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의 통행이 재개됐다. 충북도는 미호강교 수위가 관심 수위 이하로 떨어짐에 따라 18일 오전 6시10분을 기해 지방도 508호선 궁평2지하차도 통행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도는 전날 오전 10시를 기해 미호강교 홍수경보가 발령됨에 따라 오송2교차로와 신촌2교차로를 잇는 이 지하차도 통행을 통제했다.
홍성=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