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엘리엇에 1300억 배상’ 불복 英법원 항소심 승소

입력 2025-07-18 10:29
법무부 전경.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에 불복해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제기한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법무부는 18일 영국 항소심 법원이 전날 엘리엇이 2018년에 제기한 ISDS 판정에 대한 정부의 항소를 인용해 1심 법원의 각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국 고등법원이 엘리엇에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다시 판단하게 됐다. 1300여억원의 배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배상 판결이 취소될 기회가 살아난 셈이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공단에 찬성투표 압력을 행사해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은 당시 삼성물산 주주였다. PCA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6월 우리 정부에 약 5358만 달러와 지연이자 등을 포함해 약 130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8월 중재지인 영국에 PCA가 ‘엘리엇 사건’ 재판을 할 수 있는 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하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을 맡은 영국 고등법원은 각하 결정을 내렸다. 한국 정부의 소송 근거가 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항이 영국 중재법상 재판 적격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항소를 제기했고 항소심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항소심 법원은 1심 법원의 한미 FTA 11.1조에 관한 해석은 조약의 문언 및 통상적 의미에 배치되고 협정의 다른 부분과도 상충한다고 판단했다.

이날 영국 법원의 결정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위법성 여부를 다룬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직후에 나왔다. 대법원은 전날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