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가 만난 사람] 41세에 제2의 전성기 최진호 “성적 욕심 버렸더니 성적 좋아져”

입력 2025-07-18 06:00
지난 6월에 끝난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에서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들어갔으나 체력적 열세로 3위에 그친 최진호. KPGA

올 시즌 상반기 10개 대회 중 8개 대회서 컷통과에 성공했을 정도로 전성기에 버금가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최진호가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KPGA

아내와 3명의 아들 등 가족들은 최진호에게 가장 든든한 서포터스다. 지난 6월에 열린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대회장을 찾아 응원한 가족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최진호(뒷줄 가운데). KPGA

어느 골프 투어를 막론하고 투어의 흥행은 끊임없이 명맥을 잇는 스타 플레이어의 유무 여하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더러는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왕년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베테랑들의 이른바 ‘관록샷’도 투어 흥행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 요소다. 올드 골프팬들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늙는 길은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은 막대로 치려했더니 백발이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는 어느 시인의 시구 처럼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

그럼에도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조카뻘, 아들뻘 되는 젊은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 금욕주의에 가까운 자기 절제와 혹독한 노력으로 여전한 경쟁력을 유지하므로써 골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거나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를 본다.

1986년 마스터스 때 46세의 나이로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잭 니클라우스, 56세이던 2009년 디오픈에서 준우승한 ‘디오픈 신사’ 톰 왓슨, 2021년 PGA챔피언십에서 50세11개월의 나이로 PGA투어 메이저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운 필 미켈슨(이상 미국), 그리고 작년 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54세 생일을 자축하며 KPGA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 치우며 정상을 차지한 최경주(55·SK텔레콤) 등이 그런 경우다.

올 시즌 KPGA투어에서도 나이를 잊은 맹활약으로 젊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베테랑이 있다. 올해로 투어 21년차를 맞은 최진호(41·코웰)다.

그는 올 시즌 10개 대회에 출전, 8개 대회에서 컷 통과를 했다. 그 중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3위), 제68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공동 7위), 백송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공동 9위) 등 3차례 ‘톱10’ 입상이 있다.

이 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최진호는 현재 제네시스 포인트는 6위, 상금순위는 12위에 자리하고 있다. 제네시스 포인트 상위 10명 중 40대는 최진호가 유일하다. 20위-18위-12위-76위 등 최근 5년간 성적만 놓고 보더라도 가장 빼어난 활약이다.

그렇다면 최진호로 하여금 나이를 잊은 경쟁력을 펼치게 하는 원동력은 뭘까. 그는 주저없이 달리기라고 했다.

최진호는 “지난 시즌 종료 이후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체력 증진 효과가 크다”라며 “출전하는 대회마다 프로암과 연습라운드, 대회 기간 포함 6일의 일정을 소화해도 힘들지 않다. 체력이 보강되니 자연스럽게 성적도 좋게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나 상승 원동력으로 컴퓨터 아이언샷을 꼽았다. 최진호는 “지난해 그린적중률에서 1위(77.1518%)를 기록했다. 아이언 플레이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라며 “아이언샷에 대한 확신이 높아졌다. 이번 시즌 상반기에도 아이언샷은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최진호의 상반기 아이언 그린 적중률은 비록 지난해만은 못하지만 19위로 여전히 송곳 샷감이다.

통산 8승을 거두고 있는 최진호는 지난 2022년 비즈플레이 전자신문 오픈 이후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올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이 아깝다.

그는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며 우승 기회를 잡았으나 마지막날 체력 열세로 인한 부진으로 숀 노리스(남아공)에게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최진호는 “올 시즌 유일하게 이 대회에서만 체력이 부족했다고 느꼈다”라며 “하반기 전까지 체력 훈련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대회 1라운드 첫 홀부터 최종일 마지막 홀까지 동일한 컨디션으로 경기력을 발휘한다면 우승의 기회는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최진호는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제네시스 대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보낸 뒤 한동안 DP월드투어에서 활동했다.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인 2020년에 KPGA투어로 복귀했으나 그 해와 2021년 시즌 2년간 획득 상금이 1억 원에 미치지 못했을 정도로 부진했다.

그랬던 그가 재기에 성공한 것은 골프를 대하는 생각을 바꾸면서 부터다. 그는 “성격이 워낙 예민해 경기하면서 잡다하게 신경을 쓰는 부분들이 많았다”라며 “그래서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 했다. 그러면서 이전보다는 예민함이 줄었다”고 했다.

최진호는 또 “골프는 기복이 큰 스포츠이기 때문에 출전하는 모든 대회서 좋은 성적을 내려고 욕심을 내기 보다는 편안하게 경기하려고 한다”며 “컨디션이 좋으면 좋은 대로, 좋지 않으면 좋지 않은 대로 그 날 내 상황에 맞게 경기를 풀어가고 있다. 이러한 점들이 최근 꾸준함을 보이고 있는 원동력이다”고 했다.

그는 2개월여의 여름 방학 기간을 누구보다도 알차게 보내고 있다. 목표인 9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 위해서다.

최진호는 “올 시즌에는 꼭 우승하고 싶다. 또 하나 바램이 있다면 2년 연속 그린적중률 1위다”는 속내를 밝히며 하반기 투어 준비에 비지땀을 쏟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안점을 두는 지점은 영원한 숙제인 퍼트와 쇼트 게임이다. 최진호는 “경기 중 그린 경사를 파악할 때 컨디션에 따라 기복이 있다”라며 “경사를 제대로 읽는 것, 그리고 퍼트를 포함한 쇼트게임 훈련에 집중해 하반기를 준비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