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지혜? 지금 이 순간을 선물처럼 누려라” [국민일독]

입력 2025-07-18 00:02
국민일독’은 책 읽을 틈 내기 힘든 현대인이 저자와 만나 진솔하게 대화하는 소통의 장입니다. 여러분의 일독(一讀)을 위해 해 질 무렵 문 여는 여의도 국민일독으로 초대합니다.

김기석 청파교회 원로목사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K라운지서 열린 북콘서트 ‘국민일독’에서 신간 ‘지혜의 언어들’ 관련 메시지를 전하던 중 미소짓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뜻대로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은 오만에서 나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현재를 한껏 누리십시오.”

석양 속 빌딩 숲이 하나둘 불빛을 밝히던 지난 4일 늦은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K라운지에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여의도 오피스 북 콘서트’를 표방하는 ‘국민일독’의 첫 콘서트, 김기석 청파교회 원로목사와의 만남을 위해 사전 신청한 이들이다. 김 목사는 최근 전도서를 주제로 한 신간 ‘지혜의 언어들’(복있는사람)을 펴냈다.

‘국민일독’ 참가자 중 한 명이 행사 시작 전 김기석 청파교회 원로목사의 신간을 꼼꼼히 읽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김 목사는 이날 책 내용을 바탕으로 전도서의 핵심 메시지를 전하며 신학과 인문학을 넘나들었다. 대학생부터 회사원까지, 직업도 연령대도 제각각 달랐던 20여명의 청중은 김 목사의 이야기를 듣는 태도만큼은 한결같았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휴대전화나 필기구를 꺼내 꼼꼼히 메모했다.

너무 집중한 탓인지 다소 경직된 듯한 청중을 향해 김 목사는 미소지으며 “‘불금’에 찾아온 여러분의 열정을 보니 부담된다”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장내에 웃음꽃이 피었다.

김기석 청파교회 원로목사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K라운지서 열린 북콘서트 ‘국민일독’에서 신간 ‘지혜의 언어들’의 핵심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그는 “세상에 능동적으로 온 인간은 아무도 없다. 그렇기에 누구나 ‘산다는 게 무엇일까’란 질문을 품는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문제는 남이 이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라며 “남의 해답을 받아들이면 곧 헛헛함이 찾아온다”라고 했다.

김 목사는 “주체적으로 보이는 사람도 자세히 살펴보면 ‘주어진 삶의 자리’가 있기 마련”이라고 했다. 주어진 삶의 자리란 태생적 조건을 말한다. 열악한 사람도, 풍족한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적잖은 이들이 ‘인생은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지점이다. 김 목사는 그러나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어떤 상황이든) 나를 일으켜 세우는 건 나 자신뿐”이라고 강조했다. 주어진 조건을 받아들이고 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도서는 ‘하나님이 때를 아름답게 모든 걸 지었다’고 말한다(전 3:11)”며 “삶에는 심거나 거두는 때, 물러설 때가 있다. 삶 가운데 결핍뿐 아니라 주어진 게 무엇인지도 깨닫고 이를 한껏 수용할 때 자유롭게 살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기석 청파교회 원로목사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K라운지서 열린 북콘서트 ‘국민일독’에서 강연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성경 중 지혜서로 분류되는 전도서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본문 중 하나는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다”(전 1:2)이다. 전도서가 ‘허무주의의 교과서’로 알려진 이유다. 김 목사는 이에 “허무주의와는 다르다. 전도서가 말하는 ‘헛됨’은 삶의 본질을 움켜줄 수 없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인간이 아무리 수고해도 자신이 속한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도, 예측할 수도 없다는 의미다.

절대자의 존재를 이해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현실 너머 영원을 사모할지라도 하나님이 하는 일의 시작과 끝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 순간의 행복을 위해 육체와 마음의 결핍을 채우려 애쓰는 일도 자신을 착취하는 결과만 낳기 쉽다. 전도서의 저자는 “모든 만물이 피곤하다”(전 1:8)고 표현한다.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가득 차지 않는 게” 우리네 속성이라고도 한다. 김 목사는 “해 아래에는 새것이 없다”(전 1:9)는 말도 이와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욕망을 따라 살다 보니, 선대가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김기석 청파교회 원로목사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K라운지서 열린 북콘서트 ‘국민일독’에서 청중의 질문을 듣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강연 후 김 목사는 삶과 신앙 속 고민을 내놓은 독자들과 밀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형통 없이 곤고하기만 한 삶을 살고 있다. 어떻게 삶을 기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김 목사는 “인생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제법 괜찮은 순간이 있다. 하지만 덮고 있는 어둠이 지극할 땐 보이지 않는다”며 “자족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쁨을 찾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과를 내기 위한 집착과 통제가 아닌 주어진 순간을 하나님 은총으로 인정하는 ‘여백 있는 삶의 태도’가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 전도서가 전하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태도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과도 이어진다”고 부연했다.

김기석 청파교회 원로목사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K라운지서 열린 북콘서트 ‘국민일독’에서 청중의 질문을 들으며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자족하는 마음을 기르는 법’을 알고 싶다는 독자에겐 “‘가져야 행복하다’는 논리에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 ‘그게 없어도 행복해’라고 생각하는 순간 형용할 수 없는 자유가 찾아온다”고 답했다.

김 목사는 “이를 ‘정신 승리’나 ‘여우의 신포도’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소유 강박에서 벗어나 행복으로 가려는 자발적 의지”라며 “세상이 제시하는 행복과 다른 ‘내 삶의 몫’이 있음을 믿고 욕망을 멈추는 훈련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내가 얻은 깨달음을 타인에게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이에겐 “섣불리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려는 건 과욕”이라며 조언을 이어갔다. 그는 “내가 맑아지면 주변도 맑아진다”며 “우물을 깊게 파면 누가 뭐래도 사람이 찾아오듯 먼저 자신이 깊어지면 그 깨달음을 얻고자 주변에서 스스로 찾아온다”고 말했다.

하나님을 믿는다면서 저마다 ‘내 믿음만 옳다’고 주장하는 작금의 세태에 관한 질문에 답하면서는 “종교가 인간을 커지게 해야 하는데, 이를 믿는 종교인이 오히려 더 협소해지고 벽을 쌓는 경우를 자주 본다”며 우려를 공감했다. 이어 이렇게 진단했다.

김기석 청파교회 원로목사와 ‘국민일독’ 참가자들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K라운지서 열린 행사를 마친 후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나와 다른 세상과 접촉하며 내가 가진 확신을 넓히지 못하는 이들이 울타리를 쌓게 되고 이것이 광신과 근본주의 세계관을 빚어냅니다. 오늘날 지구촌에 이런 세계관이 득세하면서 종교가 평화가 아닌 불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는 거죠.”

하지만 김 목사는 이런 현상이 신앙적 기대를 저버릴 근거는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독교에 희망이 있느냐, 없느냐’고 하지만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희망이 돼야 한다”며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남에게 희망을 시작하라고 하지 말라. ‘세상이 어떻든 나는 희망을 품고 간다’는 이들이 우뚝우뚝 생겨야 한다”고 했다.

김기석 청파교회 원로목사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K라운지서 열린 북콘서트 ‘국민일독’에서 한 참가자의 책에 사인 후 미소짓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일상에서 영원에 닿는 경험’을 궁금해한 신학도에겐 “내가 그런 경험을 할 때는 일상에서 문득 경외심을 느끼는 순간”이라며 “너와 나의 장벽이 무너지고, 나만의 좁은 세계에서 지평이 열릴 때 경외감의 세계가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의 가없음만 봐도 인간은 말을 잊는다. 예수와 마주할 때도 마찬가지”라며 “그 한 없는 품을 보고 경외심을 품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 품에 깊이 들어갈수록 주어진 삶은 무한한 신비란 걸 알게 되고 타자의 세상도 깊이 수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경외감이 기독교인을 세워간다”며 “공부가 깊어져야 한다”고 격려했다.


김 목사의 마지막 당부는 “지금 이 순간을 선물로 여기자”는 것이었다.

“광막한 우주 속 지구란 행성에 내가 있다는 게 얼마나 놀라운 기적인지 모릅니다. 이 신비의 세계에 초대받은 우리의 삶 자체를 하나님께 받은 무한히 값진 선물로 여기고 이를 기뻐하며 사는 것. 이것이 진정 잘 사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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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