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트럼프 관세 예고에 미국서 K뷰티 사재기 확산”

입력 2025-07-17 16:33 수정 2025-07-17 22:57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 5월 6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해 해외 소비자가 오픈마켓 등을 통해 역직구한 화장품 등 ‘K뷰티’ 상품 규모는 9억73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약 5500만 달러) 이후 5년 만에 17배 넘게 올랐다. 뉴시스

미국 내에서 K뷰티 사재기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에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K뷰티 제품을 즐겨 쓰던 미국 소비자들이 대량 구매에 나선 것이다. K뷰티 수출액은 이번 상반기 55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미국이 중국 다음으로 수출 실적이 높았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내 수많은 K뷰티 팬들이 애용하는 화장품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대량 구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에 거주 중인 마케팅 전문업체 대표 에스더 리씨는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평소의 3배에 달하는 아이라이너와 선크림을 주문했다. 거의 1년치 양으로, 구매금액은 수백달러에 달했다.

리씨는 NYT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클리오 아이라이너와 에스쁘아 브로우 마스카라, 에뛰드하우스 마스카라 등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미국 제품은 잘 번지는데 한국 제품은 덜 번진다”고 말했다. 그녀의 색조 및 기초 제품의 80%가 한국산 제품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관세로 가격이 오르면 한국에 갈 때마다 대량으로 사 오거나, 여행 가는 친구에게 부탁해서라도 계속 한국 제품을 살 것”이라며 K뷰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SNS상에서는 ‘사재기 언박싱(Unboxing)’ 영상이 인기를 얻고 있다. 5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유명 틱톡커 테일러 보즈먼 티그는 대량으로 구매한 한국 스킨케어 제품들을 언박싱하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게 하나 있다”며 “내가 좋아하는 한국 스킨케어 제품은 절대 포기 못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재기 현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한국산 수입품에 관세율 25%를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90일간 부과를 유예했지만 최근 다시 25% 상호관세율을 적용하겠다는 서한을 한국에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K뷰티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5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년간 해외 매출이 40% 늘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소속 공급망 관리 전문가인 롭 핸드필드 교수는 “미국 내 일부 소비자들이 관세 부과 전에 미리 수입 제품을 사들이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 측과 협상 타결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관세가 뷰티 업계 전반의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K뷰티 브랜드 ‘크레이브뷰티’ 대표 리아 유씨는 NYT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관세는 뷰티 업계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K뷰티의 강점은 합리적 가격에 있었다면서 가격 경쟁력에 초점을 둔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번 관세가 ‘가격’보다는 ‘가치’ 중심으로 산업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