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공무원들이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돕기 위해 인사청문회에서 건넨 ‘포스트잇’ 쪽지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야당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꼼수’가 담긴 쪽지인데 이 후보자의 전문성 부족 문제를 증폭시켰다는 평가다. 관가에선 “교육부 직원들이 오죽 답답했으면…”이란 반응도 나온다.
17일 교육계에서는 국회 교육위원회가 전날 진행한 이 후보자 청문회 이후 사퇴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이다. 이 후보자는 제자 논문 표절, 논문 중복 게재, 자녀 불법 조기유학 의혹 등에 휩싸였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는 반응이 많다. 초·중등 교육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이 청문회장에서 실시간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생중계된 ‘인사 참사’란 평가마저 나온다.
교육부 공무원들이 이 후보자 책상에 붙였다는 쪽지에는 이런 내용이 쓰여 있었다. ‘모르시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답변하라’ ‘잘 알고 있다고 대답하고 답변하지 마라’ ‘곤란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고 시간을 가져라’ ‘동문서답하라’ 등이다.
공직자들이 청문회 무력화를 시도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내용이다. 여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는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은 “공직자들이 장관을 위해 붙였다고 하는데, 장관을 위해 그런 것을 붙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관가에서는 교육부 직원들에 대한 동정론도 없지 않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의 간단한 질문에도 답변 못하고 진땀을 뺐다. 초·중등 학교의 법정 수업일수,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 유보통합 주체 등에서 답하지 못하거나 오답을 내놨다. 특히 나이스는 학생과 학부모라면 모를 수 없는 시스템이어서 충격적이란 반응이 적지 않았다. 이를 뒤에서 지켜보던 교육부 직원들이 일종의 ‘답변 지침’을 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청문회 뒤 교육계에선 사퇴 여론이 더 거세졌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 후보자 청문회를 지켜본 결과 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매우 떨어질 뿐만 아니라 교육개혁에 대한 의지조차 박약한 것을 확인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