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방첩사령부가 보유한 수사권 10개 중 국가보안법과 군사기밀보호법에 대한 수사권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정부는 방첩사의 수사 기능을 완전히 분리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방첩사는 최소한의 안보 기능 유지를 위해 수사권 완전 분리가 아닌 ‘조정’을 제안한 것이다.
안보 수사 경험이 전무한 군사경찰이 모든 수사권을 쥐게 되면 국가적 보안·방첩 기능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게 방첩사 주장이다. 방첩사는 윤석열정부에서 국가 전복·테러 정보 수집, 대(對)간첩 수사, 방산 스파이 수사 등을 진행했던 부대다. 지난 12·3 계엄에서는 정치인을 비롯한 주요 인사 체포 시도에 개입했다는 의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아 정부의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1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방첩사는 국가보안법과 군사기밀보호법을 제외한 나머지 수사권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내부 개선책을 국방부에 보고했다. 국방부는 이를 국정기획위원회에 전달했다. 군 수사권은 크게 안보 수사와 일반 수사로 분류된다. 방첩사가 안보 수사를, 군사경찰이 일반 수사를 맡는다. 방첩사가 보유한 수사권은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 죄 등 10개다.
방첩사는 이중 국가보안법, 군사기밀보호법 수사권만큼은 반드시 기존대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한다. 방첩 임무를 수행하려면 최소한의 안보 수사권은 보장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방첩사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첩보 기능은 국방부 정보본부로 넘기고 방첩사는 방첩 기능만 하는 조직 개편을 추진 중이다.
군 내부에서 방첩사의 수사권 완전 박탈은 안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방첩사가 장기간 축적해 온 안보 수사 역량과 노하우는 값을 매길 수 없는 국가의 귀중한 전략 자산”이라고 말했다. 다른 군 관계자는 “기존에 안보 수사를 해왔었던 경찰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넘겨받고 혼란을 겪고 있다”며 “군사경찰은 안보 수사 경험이 전무하다”고 했다.
국방부 내에서는 방첩사 수사 요원들을 군사경찰에 편입하는 방안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언급된다. 방첩사가 보유한 수사 전문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우수 인력들의 이탈도 방지하는 방안이다. 다만 이 경우 국방부 조사본부로 대표되는 군사경찰의 역할과 권한이 비대해지면서 군내 수사기관의 상호 간 견제, 균형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군사경찰이 통제받지 않는 수사권을 갖게 되면 견제가 어려운 또 하나의 권력 기관이 될 수 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