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가 암호를 깨면 비트코인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비트코인 깨지는 것 맞습니다.”
미국 최초 양자컴퓨터 상장기업 아이온큐(IonQ)의 공동창업자인 김정상 듀크대 교수는 17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제48회 대한상공회의소 하계 포럼 강연에서 ‘양자컴퓨터 기술이 발전해 기존의 암호 체계가 무력화되면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김 교수는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금융 거래량은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의 시총보다 훨씬 많다”며 “암호 체계가 깨지면 비트코인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금융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나게 큰 위협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다만 “다행히 우리가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암호 체계를 깰 수 있을 만한 고성능의 양자 시스템을 만드는 데 시간과 자본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면서 “지금 시점에서는 수십 년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7~8년 전부터 미국 정부를 중심으로 양자 내성 암호라고 하는, 양자컴퓨터를 만들어도 깨지지 않은 암호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며 “새로운 암호 체계가 개발돼 기존 체계를 대체하는 데 15년에서 20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창을 만드는 속도와 방패를 만드는 속도가 경쟁을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창이 완성되기 전에 방패를 만들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는 게임 체인저이자 인공지능(AI)과 함께 미래를 이끌어갈 첨단기술로 꼽힌다.
김 교수는 기존 컴퓨터와 양자컴퓨터가 대체 관계라기보다는 보완 관계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존의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아주 많고 효율적인 툴들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오히려 기존 컴퓨터가 90%를 하고, 하지 못하는 10%를 양자컴퓨터가 보완해주는 방식으로 갈 수 있는 게 많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컴퓨팅에 대한 연구와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첨단기술 분야에서 승자를 결정하는 건 기술이 아니라 시장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5년 전만 해도 AI를 하는 온갖 종류의 회사들이 있었는데 거대언어모델(LLM)이 나오고 챗GPT라는 애플리케이션이 생기면서 승자가 됐다”며 “기술이 시장에 나오는 순간 승자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양자컴퓨터 분야도 위닝 앱이 나오고 이 기술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앱이 나오는 순간 승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주=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