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특검, ‘단전·단수 지시 의혹’ 이상민 자택 압색

입력 2025-07-17 09:17 수정 2025-07-17 11:12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경위와 관련 현안 질의를 위해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17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소재 이 전 장관 집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소방청에 한겨레와 경향신문, MBC 등에 대한 단전, 단수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24:00경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 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적힌 문건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포고령 발령 직후인 밤 11시34분쯤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치 상황 등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3분 뒤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24:00경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에서 단전, 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 줘라”고 지시했다. 이는 이영팔 소방청 차장에게도 전달됐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전기나 물을 끊으려 한 적이 없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에서 “계엄선포 이후 제일 걱정되는 것이 소요, 폭동, 유혈사태가 나는 것이었고, 사무실에 도착해 경찰청장, 소방청장에게 전화했던 기억이 난다”며 “소방청장에게 전화해서 ‘사건사고 들어온 것 있느냐. 때가 때인 만큼 국민들 안전을 각별히 챙겨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장관은 또 쪽지와 관련해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대통령실(집무실)에서 종이쪽지 몇 개를 멀리서 본 게 있는데, 그 쪽지 중에 소방청 단전, 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특검팀이 확보한 대통령실 CCTV 영상에는 이 전 장관이 대통령실 대접견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문건을 들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 문건에 언론사 단전, 단수 지시가 포함돼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또 계엄 해제 당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회동하고 2차 계엄 내지 계엄 수습 방안을 모의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