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17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소재 이 전 장관 집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소방청에 한겨레와 경향신문, MBC 등에 대한 단전, 단수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24:00경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 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적힌 문건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포고령 발령 직후인 밤 11시34분쯤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조치 상황 등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3분 뒤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24:00경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에 경찰이 투입될 것인데 경찰청에서 단전, 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 줘라”고 지시했다. 이는 이영팔 소방청 차장에게도 전달됐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전기나 물을 끊으려 한 적이 없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에서 “계엄선포 이후 제일 걱정되는 것이 소요, 폭동, 유혈사태가 나는 것이었고, 사무실에 도착해 경찰청장, 소방청장에게 전화했던 기억이 난다”며 “소방청장에게 전화해서 ‘사건사고 들어온 것 있느냐. 때가 때인 만큼 국민들 안전을 각별히 챙겨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장관은 또 쪽지와 관련해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대통령실(집무실)에서 종이쪽지 몇 개를 멀리서 본 게 있는데, 그 쪽지 중에 소방청 단전, 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특검팀이 확보한 대통령실 CCTV 영상에는 이 전 장관이 대통령실 대접견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문건을 들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 문건에 언론사 단전, 단수 지시가 포함돼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또 계엄 해제 당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회동하고 2차 계엄 내지 계엄 수습 방안을 모의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