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중동·브라질… 조선 ‘빅3’ 글로벌 해양플랜트 수주전

입력 2025-07-17 07:30

국내 조선업계가 해양플랜트 수주 경쟁에 다시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과 글로벌 에너지 안보 중요성 부각, 미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해양플랜트 투자 규모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조선업계는 수주를 통해 시장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조선 ‘빅3’는 해양플랜트 일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양플랜트는 석유·가스 개발을 위한 해상 구조물이다. 발주 간격이 길고 공정 난도가 높지만, 1기당 가격이 수천억원에 달해 조선업계 입장에선 수익 개선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조선 3사 중 해양플랜트 수주에서 가장 열심인 건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아프리카 지역 선주와 해양생산설비 예비작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9조9031억원의 8.8%에 해당하는 8694억원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FLNG)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시추하고 액화해 운송할 수 있게 하는 설비로 육상플랜트보다 친환경적이면서 이동이 쉽다는 게 장점이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7년 세계 최초 FLNG ‘셀 프렐루드’를 건조했고, 전세계에서 발주된 9기 중 5기를 수주하며 ‘강자’로 불린다. 향후 미국 델핀 프로젝트 등에서도 본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본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앞으로도 발주가 계획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매년 1~2기를 수주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세계 최대 가스전인 카타르 ‘노스필드’의 해양플랜트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노스필드는 카타르 북동부 해상에 위치한 세계 최대 비수반 천연가스전으로 카타르에너지가 개발과 운영을 주도하는 사업이다. 카타르에너지는 천연가스 생산량 확대를 위해 대형 가스 압축 설비를 발주하고 있는데, 총 프로젝트 규모가 약 50억 달러(약 6조 8200억원)에 이른다.

한화오션은 브라질 에너지 기업 페트로브라스의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 1기 건조를 위한 프로젝트 수주를 노린다. FPSO는 바다 위 유전이나 가스전에서 원유와 가스의 생산, 정제, 저장, 하역까지 모든 과정을 한곳에서 처리하는 대규모 복합 해양 설비다. 한화오션은 해양플랜트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싱가포르 부유식 해양 설비 전문 제조업체인 다이나맥 홀딩스를 인수한 바 있다.

해양플랜트 사업은 고유가 장기화, 글로벌 에너지 안보 이슈 등으로 다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운이 가시지 않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변수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대한 불안을 키우면서 세계 각국이 에너지 안전 확보를 위해 해양 인프라 해양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화석연료 산업 확대 정책 등을 내세운 점도 투자 확대에 영향을 줬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개발 제한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며 화석연료 사용을 늘려 에너지 생산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에너지 수급 불안정성이 지속되면서 주요 석유·가스 기업들이 해양프로젝트 투자를 확대하는 분위기”라며 “조선업계에서도 이를 수주하기 위한 도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