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이 복귀 선언을 한 이후 2학기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한 정부와 대학, 의대 등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 총장과, 의대 학장 등이 릴레이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관건은 1학기 유급을 받은 학생들에 대한 처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의대들은 유급 학생들의 2학기 복귀가 가능하려면 교육부가 유급자 처분에 대한 지침을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6일 의학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40곳 의대 학장단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전날 온라인 회의를 열고 의대 교육 방안과 학사 정상화 원칙 등을 논의했다. 의대를 둔 대학 총장이 모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도 17일 긴급 회의를 열고 의대생 교육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KAMC는 ‘1학기 유급’ 원칙은 유지하면서 2학기 수업에 복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KAMC 이사회는 지난 11일 학사 정상화에 관한 원칙을 담은 내부 공지에서 ‘1학기 유급 확정 및 새 학기 시작’ 등을 밝힌 바 있다. 1학기 유급 처분은 학칙대로 진행하되, 8~9월에 시작되는 2학기부터 학사 운영을 하자는 것이다. 또한 ‘조건 없는 복귀’ ‘학습권 존중 및 공동체 질서 준수’ ‘정규 교육과정의 총량 유지’ 등의 원칙도 발표했다.
KAMC 구상처럼 ‘유급 확정 뒤 복귀 조치’를 위해선 현행 학년제를 학기제로 바꿀 수 있는 정부 지침이 필요하다. 대다수 의대가 운영하는 학년제에선 1학기 유급을 받으면 2학기에 수강 신청을 할 수 없다. 지난 5월 기준 유급이 예정된 미복귀 의대생 8305명은 내년 3월에야 수업 복귀가 가능한 것이다. 교육 과정을 학기제로 전환하면 유급 처분의 효력이 1학기로 한정되고, 2학기부턴 수업 참여가 가능하다.
서울의 한 의대 학장은 “1학기가 끝난 상황에서 유급에 관한 학사 운영의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는) 의대 교육의 질과 양을 지키기 위한 각 의대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각 대학은 2학기 의대생 복귀가 이뤄지면 계절수업과 야간·원격·주말 수업 등을 활용해 부족한 수업 시수를 채운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특히 교양과목 위주로 편성된 예과 1~2학년은 압축 수업을 진행하면 내년 2026학번, 2025학번, 2024학번이 적체되는 트리플링 상황은 피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이 같은 조치는 학사유연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의대생 특혜 논란을 빗겨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의대 학장은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교육부의 유연한 지침이 나오면 학사 운영을 축소하지 않고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며 “학사 일정을 보완한다는 계획은 의대생에게 앞으로 휴일도, 휴식도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