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에어컨 실외기 관련 화재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실외기와 관련해 구체적인 관리 기준이 없어 ‘안전 사각지대’라는 지적이다.
16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에어컨 관련 화재는 총 953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273건, 2023년 293건, 2024년 387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해에는 에어컨 화재로 9명이 사망하고 29명이 부상을 입는 등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특히 6월부터 9월 사이 화재가 가장 자주 발생한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3층짜리 상가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에어컨 실외기 과열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지난 9일 광주 서구에서는 15층 건물에서 에어컨 실외기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40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소방당국은 화재가 10층 에어컨 실외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에어컨 화재의 주된 원인은 전기적 요인이 약 80%를 차지한다. 지난달부터 이달 15일까지 전국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화재는 총 1397건으로 집계됐다. 전선 노후화, 먼지·습기, 담배꽁초 등 이물질 축적, 전기 접촉 불량 등이 대표적이다. 실외기 주변에 먼지가 쌓이거나 환기가 불량한 경우 과열 위험이 커진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특히 실외기가 밀집 설치된 경우 열 축적 현상으로 온도가 55도 이상 급격하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서울시는 매년 안전 관리를 위해 전선 점검, 실외기 먼지 제거, 실외기 통풍 관리 등 에어컨 실외기 관리 안전 수칙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 사항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 수칙 준수와 함께 강제성 있는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기존에 안내되고 있는 권고 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강제성을 부여하는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식 우석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에어컨 실외기는 24시간 가동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문업자의 시공이 필요하다”며 “기온이 32~33도만 넘어도 실외기 주변은 온실효과로 더 달아오르고, 여러 실외기는 집중적으로 설치하면 화재가 연쇄적으로 번질 수 있어 배관이 공중으로 향하게끔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정 온도 도달 시 자동 차단되는 차단기와 방화구역 설정, 외부 스프링클러 헤드 설치 등을 포함한 화재 안전 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