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간의 친구일까, 적일까…살인로봇 메간의 귀환

입력 2025-07-16 16:57
인공지능(AI) 로봇이 주인공인 영화 ‘메간 2.0’의 한 장면. SF 액션 장르에 공포와 유머를 곁들인 영화는 인간 통제를 벗어난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AI에도 최소한의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역설한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인공지능(AI)은 인류에게 유익하기만 한 존재일까. AI가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되고, 더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한계를 알 수 없는 AI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온갖 시나리오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런 이유로 공상과학(SF) 영화 속 AI는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져 왔다. ‘A.I.’(2001) ‘그녀’(2014) ‘채피’(2015) 등에서 AI는 인간과 감정을 나누는 대상으로 등장한다. 반면 ‘아이, 로봇’(2004)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크리에이터’(2023) 등에선 인간에게 위협을 가하는 치명적 존재가 된다.

영화 ‘메간 2.0’에서 AI 메간(왼쪽)과 그를 만든 로봇 엔지니어 젬마가 대화하는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16일 개봉한 영화 ‘메간 2.0’은 이처럼 상반된 면모를 모두 담았다. 소녀의 친구가 돼주는 동시에, 인간을 공격하는 살인 로봇이 주인공이다.

전편을 알아두면 한결 이해하기 쉽다. 전편에서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소녀 케이디(바이올렛 맥그로우)는 로봇 엔지니어인 이모 젬마(앨리슨 윌리암스)에게 로봇인형 메간을 선물 받고 우정을 쌓는다. 케이디를 보호하도록 프로그래밍이 된 메간은 자체 진화를 거듭해 스스로 위험요소로 판단한 대상을 잇달아 제거하다가 끝내 파괴된다.

‘메간 2.0’은 파괴 직전 자체 백업을 한 메간이 다시 깨어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메간이 다시 돌아온 건 AI 살인 병기 아멜리아(이바나 사크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메간의 설계를 도용해 군사용 로봇으로 제작된 아멜리아가 젬마와 케이디까지 위협하자 메간이 케이디를 지키기 위해 나선 것이다.

영화 ‘메간 2.0’에서 메간(왼쪽)과 아멜리아가 대결하는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전편이 공포와 액션에 B급 코미디를 더한 독특함으로 호평받았다면, ‘메간 2.0’은 공포와 유머보다 액션이 주를 이루는 SF물에 가깝다. 한층 진화한 액션은 시원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외양과 성능이 업그레이드된 메간은 공중을 날거나 네 발로 달리고, 합기도도 한다. 냉소적이면서도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의 매력은 여전하다.

극 중 메간이 집 내부 네트워크 시스템을 장악해 AI 스피커와 TV, 로봇청소기, 스마트폰 등을 마음대로 동작시키는 모습이나 아멜리아가 통신사 서버를 통해 각종 정보를 획득하는 모습은 현실적 공포로 다가온다. 전편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제라드 존스톤 감독은 “AI가 이미 우리 삶의 일부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이야기”라고 했다. 기술 발달에 따른 위협과 공포가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다만 영화는 관객을 심각한 담론으로 이끌기보다 과장된 설정과 액션으로 웃음을 주는 스낵 무비의 색깔을 유지한다.

‘쏘우’ ‘컨저링’ ‘애나벨’ 시리즈 등을 만든 공포영화의 대가 제임스 완 감독과 ‘겟 아웃’ ‘인비저블 맨’ 등으로 호러 명가 타이틀을 얻은 제작사 블룸하우스의 제이슨 블룸 대표가 전편에 이어 제작을 맡았다. 러닝타임 120분, 15세 관람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