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이 삼부토건 전현직 수뇌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2023년 5월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 직후 발표된 업무협약(MOU) 4건의 허위성을 집중 부각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영장에 이 MOU를 언급하며 ‘허위 내용이 보도되도록 했다’는 취지로 적시한 것이다.
1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석한 직후 내놓은 4건의 MOU 체결 관련 보도자료를 ‘허위·과장’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MOU를 계기로 삼부토건의 이름을 글로벌시장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보도자료상 문구가 과장됐다고 보면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처럼 허위 내용이 보도되게 했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지난 14일 삼부토건 이일준 회장, 조성옥 전 회장, 이기훈 부회장, 이응근 전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2023년 5∼6월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처럼 속여 주가를 띄운 후 보유 주식을 매도해 부당 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이들에 대한 연속 소환 조사에서도 MOU의 허위성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MOU 체결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한 주체, 결재 단계, 관여 정도를 비롯해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등의 질문이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삼부토건은 2023년 5월 22일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초청돼 참석했다는 대주주 ‘디와이디’의 보도자료를 시작으로 북동부 도시 코노토프시, 남부의 요충지 마리우폴시·폴란드 건설회사, 수도 키이우의 위성도시인 이르핀시 등과 MOU를 맺었다고 연달아 발표했다. 같은 시기 주당 1000원대였던 삼부토건 주가는 점차 상승하기 시작해 두 달여 뒤인 7월에는 5000원대로 뛰어올랐다.
특검은 구속영장에 이들의 죄명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적시하며 순차공모를 했다고도 의심한다. 삼부토건은 2022∼2023년 조 전 회장에서 이 회장으로 소유권이 이전되는데 조 전 회장은 이후에도 800만주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가 2023년 5∼6월 차례로 매도했다.
이 회장 역시 같은 해 6∼9월 삼부토건 주식 750만주를 장내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23년 2월 인수한 삼부토건 주식 일부를 증권사에 담보로 제공하고 돈을 빌렸는데, 주가가 점점 낮아지면서 담보주식이 반대 매매될 상황에 처해 있었다가 주가 상승기에 주식을 팔아 수익을 본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이 회장이 경영권 방어 목적에서 삼부토건을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로 띄워 주가를 부양시키려는 유인이 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특검은 또 이 회장에 대해서는 가족이 해외에 거주 중인 점을 들어 도주 우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전·현직 수뇌부가 얻은 부당이득은 총 369억으로 산정됐다. 이 회장 측은 176억원, 조 전 회장 측은 193억원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 측은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한다. 이 회장 측 관계자는 “MOU 관련 보도자료 배포에 관여한 적도, 결재해본 적도 없다”며 “반대 매매를 막으려 했다는 주장도 과연 몇 달 전에 그걸 예측하고 계획할 수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 회장 등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17일 열린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