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의 자리와 방식, 심지어 직업이 달라져도 선교적 삶을 멈추지 마십시오.” 44년간 케냐에서 활동한 임종표 선교사는 16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한국세계선교사회(KWMF·대표회장 어성호 선교사) 제17차 선교대회 ‘평생 선교사 시대’를 선언하며 한국선교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임 선교사는 “한국교회 성장과 맞물려 발전해 온 한국선교는 지난 30~40년간 열정만으로 달려왔다”며 “충분한 훈련이나 전략, 구조 없이 버텨오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뚜렷한 한계와 위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360도 선교이론’이다. 이는 복음을 전하는 수직적 선교와 소외된 이를 돌보는 수평적 선교를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선교사는 “전문인이나 비정규직, 이중직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역자가 늘고 있다”며 “모든 성도가 삶의 자리에서 ‘종신 사역자’로 살아가는 모델을 선교사 역시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교대회는 15일부터 18일까지 ‘하나님과 함께 일하는 자’라는 주제로 개최됐으며 현장에 모인 600여명의 선교사들에게 선교현장 방향성을 제시한다. KWMF는 세 번의 주제강의와 은퇴사역, 불교권 이슬람권 선교 전략, 선교사들의 스트레스 관리법 등 21개의 선택강의를 구성해 현장 사역자들의 필요를 채운다.
이날 진행된 선택강의 중 하나로 장명석 말레이시아 선교사가 ‘선교사 은퇴를 위한 사역 이양과 출구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장 선교사는 ‘선교사 출구 준비 상태 점검 리스트’를 공유하며 “재정 자립성, 현지 리더십, 사명과 비전 내재화, 동등한 관계와 상호성을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최소 은퇴 6~12개월 전부터는 선교사와 현지 리더가 이 과정을 검토하고 교단과 본부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선교 이양은 선교의 끝이 아닌 과정이며 핵심은 현지 상황을 고려해 후임자 또는 현지 리더십을 양성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선교사 중심으로 진행됐던 지난 대회와 달리 이번 대회는 한국교회와 선교지의 협력을 높이기 위해 각 교단 목회자를 메신저로 세우기도 했다. 첫날 김정석(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이재훈(온누리교회) 목사가 섰으며 최병락(강남중앙침례교회) 최종천(분당중앙교회) 황덕영(새중앙교회) 목사가 강사진으로 나설 예정이다.
또한 선교대회 마지막 날은 총회가 진행된다. 2021년 경북 포항 한동대에서 진행된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총회로 제18차 총회를 이끌 네 명의 공동회장과 사무총장을 선출한다. 어성호 KWMF 대표회장은 “어둠 속에서도 하나님 나라는 여전히 전진한다”며 “선교사들이 이 대회를 통해 다시 한 번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을 결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평창=글·사진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