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전 광주 광산구 하남산단 일대 지하수가 1급 발암물질에 오염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음에도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은 행정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칭 하남산단·수완지구 지하수 오염 시민대책위는 16일 광주 광산구 송정동 광산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산구는 정화 예산 편성을 위해 광주시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시는 책임을 떠넘기면서 아무런 행정·재정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행정조치 권한이 자치구에 있다며 ‘소관 사무’ 운운으로 회피한 광주시 태도는 무책임·무능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책위는 광산구에 대해 “지하수 사용 중지, 오염 지하수 정화 등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데도 무기력한 태도로 일관했다”면서 “정화 계획 수립조차 하지 않은 채 단순 예산 부족만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10억원의 조사 예산을 들이고서도 정작 시민을 보호할 예산과 조치는 없었던 이 모순을 시민들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광주시와 광산구는 즉각 정화 대책과 작업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2023년 6월 한국농어촌공사는 ‘하남산단 지하수토양오염조사용역 결과보고서’를 통해 171개 지점에서 수집한 657개 시료 중 117개에서 TCE(트라이클로로에틸렌), 67개에서 PCE(테트라클로로에틸렌)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조사에서 TCE는 기준치의 최대 466배, PCE는 최대 284배 초과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TCE와 PCE는 신장암 및 중추신경계 손상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이다.
당시 농어촌공사는 지하수 오염이 확인된 구간은 금속가공, 전자부품 제조, 도금 등 업체가 오래전부터 입주해 폐기물과 오염물을 누출시켰을 개연성이 높다고 봤다.
반면, 해당 조사를 농어촌공사에 맡긴 광산구는 조사 결과가 나온지 2년이 넘도록 별다른 후속대책을 추진하지 않다가 최근 문제가 공론화 돼서야 대책을 발표해 공분을 샀다.
전날 광산구는 박병구 광산구청장의 명의 입장문을 통해 “전문가, 환경단체 등과 조속히 TF를 구성해 오염 확산을 막고 정화 대책을 강구하는 등 종합적인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며 “인근 주거지역인 수완지구에서 지하수를 사용하는 187개소 전체를 대상으로 이달 중 수질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시도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책임론이 잇따르자 이날 “정밀조사 긴급용역 착수와 지하수 오염 대책 전문가 합동 전담팀(TF)을 긴급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이은창 기자 eun526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