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요셉·요나 등 브이로그…지나친 상상력 “괜찮나”

입력 2025-07-16 13:06 수정 2025-07-16 22:26
채색옷을 입은 요셉이 브이로그를 촬영하는 걸 표현한 AI 영상. 인스타그램 캡처

채색옷을 입은 요셉이 셀카봉을 들고 등장합니다. “형들이 저를 시기해요”로 시작하는 영상은 요셉이 노예로 팔려가는 장면으로 마무리되죠. ‘요셉 브이로그’는 무엇보다 흥미롭습니다.

흡사 3900여년 전 세겜 근처 들판에서 형들에게 버림받는 17세 소년 요셉을 옆에서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무엇보다 친숙하게 성경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는 게 이 AI 패러디 영상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인스타에는 이외에도 노아가 방주 만드는 이야기나 바울의 선교여행 등을 다룬 콘텐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콘텐츠에 알파 세대들은 열광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성경 속 이야기에 어디까지 상상력을 가미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영상 제작자도 ‘본 영상은 성경 본문의 흐름에 기반한 AI 콘텐츠 연출입니다’라는 언급을 하고 있지만, 영상만 보고 성경의 사실과 창작자의 의견·상상력을 구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노아가 자신이 만든 방주를 설명하는 걸 묘사한 AI 영상. 인스타그램 캡처

전문가들도 AI 영상에 대해 조언하고 있습니다.

AI 기반의 목회 비서인 ‘총회헌법AI’를 개발한 조성실 소망교회 부목사는 1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성경 이야기를 AI를 활용해 생생한 영상으로 만드는 건 다음세대와 접점을 넓히고 성경에 대한 흥미를 불러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하지만 영상에 담긴 모든 상상력의 산물을 진짜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만큼 ‘성경 AI 창작 영상’에 대한 신학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도 병행해 제작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택환 온맘닷컴 대표도 “우리나라 교회가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윤리적 AI 가이드’를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면서 “AI가 교회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고려하면서 안전한 활용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성공회는 지난해 교회의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방대한 분량의 문서에는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교회가 수동적으로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인공지능 시대에 교회가 분별력 있고 신실한 공동체로 남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신학적 성찰과 맥락에 맞는 윤리적 기준의 마련, 그리고 성직자와 평신도를 위한 교육이 필수적”이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요나가 큰 물고기 뱃속에서 브이로그를 하는 걸 묘사한 AI 영상. 인스타그램 캡처

기술과 복음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기술의 지배력 확대 속에서 신앙적 대안을 고민했던 사상가 자크 엘륄(1912~1994)은 “기술이 ‘절대적인 것’, 다시 말해 신성시되는 현대의 새로운 우상(idol)”이라고 경고하면서 “기독교인은 계시를 통해 기술을 평가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을 영적 기준에 복종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어차피 재미있으면 그만’이라거나 ‘기술은 도구일 뿐’이라고 가볍게만 여긴다면 신앙적 이야기가 기술 체계에 완전히 흡수될 수도 있다는 경고인 셈입니다.

AI가 범람하는 시대, 교회는 기술을 따르기 전에 복음의 진리를 지키는 지혜부터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