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수 “뉴욕·런던·서울 동시상연 앞둔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지금 가장 떨려요”

입력 2025-07-16 05:00 수정 2025-07-16 11:15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솔빛섬 무드서울에서 열린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쇼케이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대한 개츠비’가 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에 올라갈 땐 긴장된 설렘을 느꼈다면 한국 공연을 앞둔 지금은 긴장된 두려움을 느낍니다.”

지난해 4월 미국, 지난 4월 영국에 이어 오는 8월 국내에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8월 1일~11월 9일 GS아트센터) 내한공연을 선보이는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솔빛섬 무드서울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떨리는 심정을 드러냈다. 신 대표는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아 ‘위대한 개츠비’를 제작했다. 신 대표는 “브로드웨이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올릴 때부터 웨스트엔드에 진출한 뒤 서울에서도 빨리 오리지널 무대를 선보이고 싶었는데, 어느새 그 순간이 다가왔다. 작품 속 주인공 개츠비가 사랑하는 데이지 앞에 섰을 때 이런 기분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피력했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의 고전으로 꼽히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했다.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백만장자 제이 개츠비와 그가 사랑한 데이지 뷰캐넌의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미국의 화려함을 담아낸 무대와 의상, 당시 유행했던 재즈를 기반으로 한 세련된 음악과 군무를 자랑한다. 미국과 영국에서 일부 평론가는 원작의 깊이를 담지 못했다는 혹평을 하지만, 관객들은 화려한 무대 등 볼거리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지난해 토니상 의상상을 받았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한국 공연에서 남녀 주인공을 맡은 배우 매트 도일과 센젤 아마디가 극 중 넘버를 선보인 뒤 활짝 웃고 있다. 뉴시스

신 대표는 “명작 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것은 전 세계 관객에게 통하는 보편성을 확보하고 싶어서였다. 다만 무대의 언어로 원작 속 캐릭터들의 내면을 드러내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다시는 문학으로 작품을 만들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면서도 “브로드웨이에서 작품이 완성된 후 공연을 거듭할수록 됐지만 디테일이 살아나고 있다. 서울 공연의 경우 기존의 작품에 섬세함을 덧칠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프로덕션은 무엇보다 미국 및 영국 프로덕션과 다른 배우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 제이 개츠비 역은 2022년 토니상에서 뮤지컬 ‘컴퍼니’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매트 도일이, 데이지 뷰캐넌 역은 뮤지컬 ‘알라딘’의 북미 투어에서 자스민 역을 소화한 센젤 아마디가 맡는다. 두 배우 모두 오디션을 통해 뽑혔다. 둘 다 오디션을 거쳐 발탁됐다. 이날 쇼케이스에서 두 배우는 작품 속 넘버인 ‘그녀를 위해’(For Her), ‘좋든 나쁘든’(For Better or Worse), ‘나의 그린 라이트’(My Green Light)를 부르며 가창력을 뽐냈다.

매트 도일은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규모 면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공연 중 하나”라면서 “노래를 통해 캐릭터의 깊은 면모와 감성, 다층적인 면을 확인할 수 있다”며 감상 포인트를 설명했다. 그리고 센젤 아마디는 “원작 소설의 요소가 모두 뮤지컬에 담겨 있다. 뮤지컬은 비극적인 서사를 다룰 뿐만 아니라 화려함도 함께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15일서울 서초구 솔빛섬 무드서울에서 열린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쇼케이스에서 신춘수(왼쪽부터) 오디컴퍼니 대표, 배우 센젤 아마디,배우 매트 도일, 진행자 재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지난 6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6관왕을 차지하면서 ‘위대한 개츠비’와 함께 자연스럽게 K뮤지컬의 정의와 범위에 대한 논의를 촉발한 상황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외국인 창작진이 작업에 참여했지만, 작품 제작을 이끄는 리드 프로듀서가 한국인이다. 반면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에서 초연을 했고 한국인 작가 박천휴가 참여했지만,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은 미국 프로듀서가 제프리 리차드가 리드 프로듀서다.

신 대표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뮤지컬은 종합예술인 데다 요즘 국제적 협업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대형 프로덕션 중에는 한국인만으로 구성된 것이 찾기 어려울 정도다. K뮤지컬은 (‘어쩌면 해피엔딩’처럼) 창작진(크리에이티브팀) 가운데 한국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거나 (‘위대한 개츠비’처럼) 리드 프로듀서가 한국인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