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한일전 3연패…홍명보호, 동아시안컵 우승 좌절

입력 2025-07-15 22:54
경기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15일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최종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0대1로 패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이 동아시아 정상의 자리를 홈에서 일본에 내줬다. 2021년 3월 일본 요코하마 평가전에서 패배하며 시작된 ‘한일전 3연패’ 수모를 당했다.

한국 대표팀은 15일 경기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최종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0대 1로 패했다. 6년 만에 안방에서 다시 한번 우승을 노렸던 한국은 결국 2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홍 감독은 주민규를 최전방에 두고 이동경과 나상호를 양쪽에 세웠다. 중원은 서민우와 김진규가, 좌우 측면 수비는 이태석과 김문환이 맡았다. 중앙 수비수로는 김주성과 박진섭, 박승욱이 나섰다. 골문은 주장 조현우가 지켰다. 앞선 중국과 홍콩과의 경기에서 홍 감독의 ‘테스트’를 통과한 최정예 선수들이다.

경기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15일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최종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일본의 베테랑 공격수 저메인 료가 전반 8분 만에 선취골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팽팽한 경기가 펼쳐질 것 같던 분위기는 전반 8분 만에 바뀌었다. 앞서 홍콩전에서 4골을 몰아쳤던 저메인 료가 이번에도 득점포를 가동했다. 저메인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왼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나상호의 강력한 오른발 슛이 골대를 맞고 튕겨 나온 직후라 아쉬움이 더 컸다.

선제골 이후 한국은 일본의 조직적인 압박에 막혀 좀처럼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결국 단 한 개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 들어 오세훈과 이호재를 투입, 포스트 플레이로 반전을 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막판 수비수 김주성을 빼고 공격수 정승원을 교체 투입하는 승부수도 통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홍명보호 출범 이후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상위팀과 맞붙은 경기였다. 한국은 랭킹 21위로 17위인 일본에 뒤진다. 홍 감독이 이번 대회 내내 실험한 스리백 전술은 일본엔 통하지 않았다. 일본은 한국의 측면 뒷공간을 집요하게 노렸고, 저메인의 골도 우측 뒷공간을 파고든 소마 유키의 크로스에서 시작됐다.

한일전 역사상 첫 3연패란 불명예도 떠안게 됐다. 한국은 일본 요코하마에서 치른 평가전과 지난 일본 대회에서 연거푸 0대 3 대패를 당했다. 통산 전적은 42승 23무 17패로 여전히 우위에 있지만, 최근 10경기에서는 2승 3무 5패로 열세다.

경기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15일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최종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홍명보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홍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경기 전체적으로 양 팀을 놓고 봤을 때 우리 선수들이 더 잘했다”며 “일본 축구가 그동안 꾸준히 해왔던 것에 비하면 오늘은 그렇게 우리 팀에게 큰 어려움을 주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 결과와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내년 북중미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앞날에 대한 우려는 더 커졌다. 이날 관중석에선 홍 감독을 향한 야유가 쏟아졌다. 선임 과정의 잡음으로 홍 감독을 향한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 응원단이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을 응원하는 현수막을 내건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용인=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