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견종 아닌 믹스견…퍼스트독 ‘바비’의 정체는 [개st상식]

입력 2025-07-1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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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말티푸 바비의 모습. 비좁은 소파 틈을 파고들어 업무 중인 이 대통령 곁을 지키는 모습이 익살스럽다. 이재명 대통령 인스타그램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이 반려견 ‘바비’를 처음 공개해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바비의 모습은 이 대통령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통해 볼 수 있는데요. 한창 업무로 바쁜 보호자가 자신을 봐줬으면 하는 걸까요. 굳이 비좁은 1인용 소파 틈을 파고들어 이 대통령 곁에 웅크린 모습이 앙증맞습니다. 원래 큰아들네가 키웠다는 바비는 최근 한남동 관저로 들어와 이 대통령 부부와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바비는 몰티즈와 푸들의 교배종인 말티푸입니다. 성견 기준 5㎏ 이내의 소형견으로 영리하고 털 빠짐이 적어 실내견으로 인기가 많은 견종이죠.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말티푸의 원류에 해당하는 몰티즈와 푸들은 한국인이 선호하는 반려견 품종 1·2위를 차지합니다. 말티푸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인기 견종 둘을 한데 모아 개량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견상 몰티즈와 말티푸는 구분이 어렵습니다. 가정에서 기르는 5㎏ 미만 몰티즈 계열은 사실 미니어처 푸들과 교배한 말티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바비는 몰티즈와 푸들의 교배종인 말티푸이다. 이재명 대통령 인스타그램

몰티즈(왼쪽) 그리고 몰티즈와 푸들을 교배한 말티푸(오른쪽)를 외형적으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말티푸의 털은 푸들처럼 곱슬거리는 것을 알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수의학 지식 공유 사이트 ‘펫엠디(PetMD)’에 따르면 말티푸는 공인된 견종이 아닙니다. 세계적인 애견협회에서는 말티푸를 견종으로 인정하지 않고 우리 말로 믹스견에 해당하는 ‘크로스(cross)종’ 혹은 ‘디자이너(designer)종’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몰티즈를 외형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말티푸로 개량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몰티즈와 말티푸는 외모뿐만 아니라 사교적인 성격도 비슷한데 말이죠. 이유는 알레르기 유발물질과 관련이 있습니다.

개 알레르기 해결…푸들 교배종이 사랑받는 이유

개 옆에서 기침, 콧물, 발진, 호흡곤란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개 알레르기 때문인데요. 흔히들 개털이 알레르기를 유발한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건 개털이 아니라 개의 피부에서 떨어져 나온 각질과 침, 소변 등인 경우가 많습니다. 개털이 주원인이라고 오해받는 이유는 유발 물질들이 주로 털에 묻어 사람에게 전달되기 때문이죠.

놀랍게도 견종들 가운데는 태생적으로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없는 견종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푸들인데요. 푸들은 각질과 분비물에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없는데다 곱슬털이어서 털날림이 적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반려견을 고려할 때 최고의 조건인거죠.

이런 이유로 세계 각지에서 푸들과 교배한 개량종이 40종 넘게 등장했습니다. ‘두들’ 혹은 ‘푸’로 끝나는 견종들, 예컨대 골든두들(골든리트리버+푸들), 라브라두들(라브라도리트리버+푸들), 포마푸(포메라니안+푸들) 등이 대표적입니다. 푸들과 교배함으로써 알레르기와 털 날림을 해소하고, 푸들 특유의 사교성과 뛰어난 학습력도 대물림할 수 있었습니다.

푸들과 교배해 알레르기 문제를 해결한 믹스 견종들. 왼쪽부터 레브라두들, 골든두들, 포마푸. 게티이미지뱅크, 픽사베이

하지만 견종 등록과 심사를 주관하는 미국캔넬클럽(AKC), 영국 캔넬클럽(KC), 세계애견연맹(FCI) 등 세계 3대 애견협회들은 말티푸, 골든두들 등 푸들 교배종을 공식 견종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디자이너 혹은 크로스 견종이라고 부르는데 우리 말로 치면 믹스견, 잡종쯤 됩니다.

특정 견종이 공인된 품종견이 되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부모견의 혈통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하고 ▲외모, 성격, 신체적 특성 등 형질이 3세대에 걸쳐 일정하게 대물림돼야 합니다. 예컨대 몰티즈와 푸들의 교배로 태어난 2세대 말티푸들은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공통점 외에는 부모견의 성격, 외모 등을 골고루 물려받기 때문에 정식 견종으로 공인되기 어려운 겁니다.

비록 공인 견종 타이틀은 얻지 못했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겠습니다. 믹스견 말티푸는 어떤 견종보다 폭넓은 대중적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요. 형질이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성격이 다채롭고, 특정 질병을 대물림하지 않는 폭넓은 유전자 풀을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품종견을 선호하는 이들은 놓치는 믹스견의 커다란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