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A를 공략하라’… 삼성전기, AI서버·전장용 MLCC 승부수

입력 2025-07-15 17:18
이민곤 삼성전기 MLCC 개발팀 상무가 14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열린 ‘AI 서버·전장 MLCC와 삼성전기의 강점’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가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역량을 인공지능(AI) 서버와 전장(차량용 전자장비) 시장으로 확장한다. 스마트폰 등 기존 정보기술(IT) 기기 중심 사업을 넘어 고성장이 예상되는 ‘더블A(AI 서버·전장)’ 시장을 공략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민곤 삼성전기 MLCC 개발팀 상무는 14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열린 ‘AI 서버·전장 MLCC와 삼성전기의 강점’ 세미나에서 “삼성전기는 AI 서버와 차량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의 앞 글자 A를 따 ‘더블A’에 집중하자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현재 연구·개발 자원의 60~70%가량을 AI 서버·ADAS용 MLCC에 투입하고 있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이를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공급해 반도체 등 능동부품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하는 ‘댐’ 역할을 한다. 최신 스마트폰에 1000개 이상, 전기차에는 2~3만개가 들어갈 만큼 산업 전반에 필수적으로 활용돼 ‘전자산업의 쌀’이라 불리기도 한다.

최근 데이터센터 성황과 함께 AI 서버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고용량·고성능 MLCC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글로벌 AI 서버 시장은 지난해 1429억 달러(약 196조원)에서 2030년 8378억 달러(약 115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 약 40%의 점유율을 확보, 일본 전자 부품 기업 무라타와 치열한 선두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상무는 “최신 AI 서버에는 일반 서버 대비 약 10배 이상의 MLCC가 탑재된다”며 “초소형·고용량, 고온·고압 등을 보증하는 AI 서버용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 MLCC 목업과 MLCC로 만든 모래시계.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전장용 MLCC는 사람의 생명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고온(125도 이상) 및 저온(영하 55도), 외부 충격, 높은 습도(85%) 등 극한 환경에서도 장시간 안정적인 작동이 요구된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16볼트(V)급 세계 최고 용량의 ADAS용 MLCC 2종과 2000V 고전압에 견딜 수 있는 전기차용 MLCC를 선보였다. 올해는 라이다(LiDAR)용 MLCC를 최초 개발하며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가는 중이다. 라이다는 자율주행차의 ‘눈’이라 불리는 핵심 장치로 대상물에 레이저를 쏘아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거리를 계산하고 주변 환경을 인지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기만의 강점으로는 초미세 세라믹 분말(파우더) 제작 공법을 내세웠다. 도자기를 굽듯 열처리 공정을 거치는 MLCC의 핵심 원재료인 파우더를 자체 개발·제조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상무는 “보다 작은 파우더를 사용하는 것이 MLCC 기술의 핵심”이라며 “삼성전기는 부산사업장에서 가장 작은 파우더를 제작해 사용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고 앞으로 입자 크기를 더욱 줄여나가는 것도 충분히 준비돼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재 삼성전기는 수원과 부산사업장에서 MLCC 연구개발 및 원료 생산 등을 맡고 중국 톈진과 필리핀 생산법인을 대량 양산기지로 운영하고 있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