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 민모(59)씨가 10년 넘게 연봉 1000만원대의 관리약사로 근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약사 면허 대여 의혹이 제기됐다. 일반적인 약사 급여와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사실상 면허만 빌려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구 후보자의 배우자 민씨는 2014년 4월부터 15일 현재까지 ㈜오송에서 관리약사로 근무 중이다.
기재부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후보자의 배우자는 약사 자격증을 소지하여 의약외품을 생산하는 기업에서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관리약사로 근무하고 있다”며 “의약외품 제조공정 및 품질 관리 업무 등을 수행하는 비상근 직위”라고 설명했다.
민씨가 근무하는 ㈜오송은 2007년에 설립된 의약외품 생산 기업으로 의료용살충제와 개인위생을 위한 기피제, 손 세정제 등을 생산한다. 제조 공장은 충남 홍성군에 위치해 구 후보자 내외가 거주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민씨는 해당 기업에서 비교적 매우 적은 급여를 받고 12년째 근무 중이다. 구 후보자 측이 국회에 제출한 민씨의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에 따르면 그의 최근 5년간 평균 연봉은 145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엔 연봉 1560만원을 받았으며, 2020~2023년엔 1440만원을 받았다. 올해 6월까지 받은 급여는 720만원이었다. 한 달에 120만~130만원 수준의 월급을 수령한 셈이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칠 만큼 이례적으로 낮은 급여에 업계 관계자들은 면허 대여 의혹을 제기한다. 보건의료계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전형적인 면허 대여 사례”라며 “제조 관리자가 만약 출근을 하지 않고 면허만 빌려준 채 제조 과정에 이상이 없었다고 서명을 했다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 후보자 측 설명대로 민씨가 비상근직으로 근무한 것도 약사법상 규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약사법 37조 2항에 따르면, 제조관리자는 해당 제조소의 제조 관리 업무 외의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 적어도 제품 제조가 이뤄지는 동안에는 관리약사가 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관리 의무를 위반할 경우, 약사법 95조 1항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구 후보자 측은 “주문이 들어올 때만 비정기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소규모 업체라 그때만 출근했다”고 해명했다. 오송 측은 민씨의 출근 일수나 공장 가동 일정에 대한 국민일보 취재에 답하지 않았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