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10명 중 1명은 여전히 공직 사회 대표적 악습인 ‘간부 모시는 날’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부 모시는 날은 아래 직급 공무원들이 순번을 정해 사비로 상급자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걸 말한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는 15일 지난 4월 합동으로 실시한 간부 모시는 날 실태조사 결과 최근 1개월 내 간부 모시는 날을 경험한 응답자가 11.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0명 중 1명은 여전히 악습을 경험 중인 셈이다.
이번 조사는 중앙·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e사람’ 및 ‘인사랑’ 시스템을 통한 설문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 총 11만3404명(중앙 2만8809명, 지자체 8만4595명)이 참여했다.
간부 모시는 날 경험자 비율은 지자체 소속(12.2%)이 중앙부처 소속(7.7%)보다 높았다. 빈도는 주 1~2회가 45.7%, 월 1~2회 40.6%, 분기별 1~2회 10.5%, 연 1~2회 3.2%였다. 식사를 대접받는 간부의 직급은 부서장(과장급)이 75.9%로 가장 많았다. 국장급은 39.6%, 팀장급은 9.0%, 실장급 이상은 4.4%였다.
악습이 지속되고 있는 원인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조직 분위기와 관행(35.8%)’을 지적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간부가 인사 및 성과평가 등의 주체기 때문(22.5%), 간부의 식사를 챙겨야한다는 인식 팽배(18.3%), 대화와 소통의 기회로 삼으려는 목적(10.0%) 등의 답변도 있었다.
다만 지난해 11월 조사 때보단 한결 상황이 나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 중 32.8%는 지난 조사 후 간부 모시는 날이 줄어들고 있다고 인식했다. 실제 지자체의 경우 지난해 11월 23.9%에서 올 4월 12.2%로 11.7% 포인트 감소했다. 중앙은 같은 기간 10.1%에서 7.7%로 2.4% 포인트 줄었다. 전체로 봤을 때도 지난 조사 대비 7% 포인트 떨어졌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첫 실태조사 결과 발표 이후 현장 간담회와 범정부 캠페인 등을 통해 개선 노력을 이어왔다. 박용수 인사혁신처 차장은 “전자인사관리시스템 내 익명 신고센터 설치 등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 불합리한 관행을 완전히 근절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재 행안부 장관 직무대행도 “공직사회 내 불합리한 관행을 지속 발굴·개선해 공무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일할 맛 나는 공직 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쓰겠다”고 전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