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 지급 가구를 분석한 결과 주로 자녀 의류비나 문화·여가비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의 정서적·사회적 발달을 고려한 소비를 늘리는 미래 투자를 위한 행동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자녀 성장 지원금’ 등 특정 목적이 강조된 형태로 지급하는 식의 정책적 접근을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개인의 행태 변화 유도를 위한 현금지원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15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주로 아동수당 도입 이후 가계 소비 구조의 변화를 다뤘다.
연구진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2018~2021년) 자료 등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반적인 가계 소비가 감소했으나 아동수당을 받은 가구의 경우는 자녀에 대한 직접적인 의류비 지출과 문화·여가비 지출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문화·여가비 파트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서적·문구 구매 등 학습 관련 소비가 늘었다. 연구진은 정서적·창의적 발달을 위한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봤다.
아동수당을 받은 가구의 자녀 의류비는 시행 전 및 아동수당 비수급 가구와 비교할 때 월 1만5740원, 자녀 문화·여가비 지출은 1만3329원 증가했다. 0~2세 가구와 3~6세 가구에서 공통으로 나타났다.
식료품비 지출은 줄었다. 교육비 지출도 감소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기간 사교육이 위축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그 대신 정서적·창의적 발달을 위한 서적·문구 구매 등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소득 가구에서는 아동수당 지급 후 가계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 비율인 엥겔계수가 증가하고 교육비도 증가했다. 아동수당이 기초적 생활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 것이다. 중·고소득 가구에선 의류비와 문화·여가비 증가가 두드러졌다. 아동을 위한 적립 예치식 저축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아동수당은 2018년 소득 하위 90% 가구의 6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다. 2022년 4월부터는 소득 기준 없이 8세 미만 아동 양육 가구에 월 10만원이 지급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아동수당 대상을 18세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연구진은 “부모들이 심리적으로 아동수당을 ‘자녀를 위한 소득’으로 분류해 아동 중심 소비에 집중적으로 활용했다”며 “아동수당을 활용해 자녀의 정서적·사회적 발달을 고려한 소비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미래 투자를 위한 행동도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현금 지원이 아니라 부모들의 소비 및 자녀의 투자 행동을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정책 설계에 대한 고민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아동수당을 ‘자녀 성장 지원금’ 등 특정 목적이 강조된 형태로 지급하거나 저축 상품 연계 인센티브 등을 결합해 제공하는 방식, 부모에게 장기 재정 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방식 등이 제시됐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