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진부한 모습으로 그대로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지역사회에는 그저 진부한 교회 중 하나로 ‘브랜딩’될 뿐입니다.”
박동성 동탄동산교회 목사는 14일 경기도 화성시 산척동의 교회에서 연 ‘K-처치 브랜딩 워크숍’에서 이같이 역설했다. 워크숍은 광고 기법과 디자인 요소를 시대의 요구에 맞게 교회 사역이나 복음 메시지에 효과적으로 접목할 방법을 살펴보는 자리였다.
워크숍 강사로 나선 전문가들은 ‘처치브랜딩’으로 정의되는 이 같은 사역 전략이 교인의 참여를 이끌고 지역사회와 소통의 폭을 넓혀갈 수 있다고 봤다. 효과적으로 처치브랜딩 전략을 펼치기 위해선 목회자와 교회가 추구하는 목회 방향을 먼저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동성 목사는 “브랜딩을 도외시하면 세대와 단절되고 지역사회에 진부함과 낡은 인식을 각인시킬 수 있다”며 “자신의 목회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를 찾고, 교회 형편에 맞게 목회의 방향성을 브랜드로 녹여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교회 정체성이 담긴 교회 로고만 봐도 교회의 이미지가 떠오르고, 교회의 사역을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박 목사는 동탄동산교회 로고에 성경 속 물 댄 동산의 뜻을 담아 상징화했다. 로고 속에는 ‘선명한 복음 선포’, ‘도시와 가정을 세우는 목회’ 등 그의 목회 철학을 녹여냈다. 특히 박 목사는 동탄동산교회를 십자가와 홍보, 전도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3무 교회’로 정의했다. “알리지 않으나 알려지는 교회”라는 철학 아래 지역사회에 교회의 존재감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겠다는 취지다. 도시의 필요를 충족해주기 위해 지역 주민에 개방한 ‘스틱세미나’나 ‘좝신’이라는 이름의 자기 계발 강좌 등이 대표적이다.
박 목사는 “브랜딩을 세속주의로 오해하기보다는 시대와 문화 속 필요한 교회의 역할을 잘 감당하도록 돕는 옷으로 여겨야 한다”며 “처치브랜딩은 선택 차원이 아니라 생존에 관한 문제이며, 복음의 접촉점을 늘려나가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병서 목사는 동탄동산교회 부교역자로서 교회 사역과 디자인을 접목해 온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효과적으로 교회 사역을 디자인하는 팁으로 교회가 전하려는 주제와 핵심 문장부터 잡을 것을 조언했다. 그는 “디자인은 복음을 시각화하는 언어이다”며 “멋있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달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이야기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스토리텔링’ 등도 고려할 요소다. 일례로 윤 목사가 맡은 동탄동산교회 청소년부에서는 단체 수련회 티셔츠를 디자인하며 단순히 교회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마치 아이들이 티셔츠에 낙서한 듯한 이미지를 넣는 등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디자인했다. 윤 목사는 “교회 사역에 디자인을 접목하면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으며, 다음세대와 소통할 통로가 된다”고 했다.
브랜드 컨설팅 전문가 전은호 유지웍스 대표는 워크숍 참석자들에게 교회의 복음 메시지를 일반 메시지와 차별화해 간단명료하게 전달하는 방법 등을 컨설팅해줬다. 전 대표는 “교회의 본질은 영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교회도 다른 수많은 메시지와 경쟁해야 한다”며 “교회의 미완성된 심벌마크와 조악한 표현으로 인한 시각적 공해는 교회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정체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선을 사로잡는 비주얼과 트렌디한 브랜딩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시선을 끌지 못하는 브랜드는 그들과의 소통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젊은 세대에게 통하는 감각적인 처치 브랜딩은 젊은 세대가 교회와 더 깊은 관계를 맺고 교회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화성=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