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기들은 돌 무렵부터 미국, 호주 등 선진국 아기보다 매일 74분 이상 짧게 잠을 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아기의 짧은 밤잠으로 산모가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나 수면 문화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성신여대 심리학과 서수연 교수팀은 호주 모나시(Monash)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한국 미국 호주의 산모와 유아의 수면 패턴에 대한 다국적 연구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6, 12, 24개월의 유아를 자녀로 둔 한국 미국 호주 어머니 20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한국 유아들은 모든 시점에서 미국 유아에 비해 밤 수면 시간이 짧고 잠 드는 데 더 오래 걸렸다. 호주 유아와 비교했을 때도 12개월 및 24개월 시점에서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이는 서구 국가와 비교했을 때 아시아국 유아들의 수면 시간이 더 짧고 취침 시간이 더 늦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기존에는 이런 현상이 과열된 학업 경쟁으로 인한 바쁜 학원 일정이 주된 원인으로 조명 되기도 했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아시아 국가 유아들의 짧은 수면 시간은 학창 시절보다 훨씬 이른 돌 전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한국 유아들은 돌 무렵(12개월)에 미국과 호주 유아에 비해 매일 약 74분 더 짧게 자는 것으로 조사돼 주간으로는 7시간 이상 수면이 적은 것으로 보고됐다.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아동의 정신건강 문제를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최근 아동 우울증이 급증하고 있다는 보고들은 어린 시절부터 건강한 수면습관을 형성하는 것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보호자의 도움 없이는 잠들지 못하고 밤중에 자주 깨어 보호자를 찾는 수면 문제는 영유아 3명 중 1명에게 흔히 발생한다. 부모가 잠에서 깨야만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야간 양육의 특성상, 부모의 숙면을 방해하는 것은 양육 스트레스 또한 가중시킬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한국 산모들의 불면증 증상도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높았다. 유아가 잠을 적게 자거나 못 자면 부모도 잠을 설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호주와 같은 선진국에서는 정부에서 마련하는 ‘수면 학교’를 통해 아기와 부모의 수면 문제 해결을 돕는 다양한 서비스가 존재하는 것처럼 아이들을 더 잘 재우고 부모들도 꼭 필요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서비스의 확산이 필요하다.
또 이번 연구결과, 유아 12개월 기준으로 미국(6%)이나 호주(31%)에 비해 한국 부모는 아이와 한 침대에서 자는 것을 선호하는 ‘코슬리핑(동침) 양상’이 85%로 보고돼 가장 높았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자는 코슬리핑 문화는 불안한 유아나 부모의 마음을 일시적으로 안심시키거나 더 쉽게 아이를 재울 수 있는 장점도 있겠지만 특정한 나이가 되면 (생후 6~8개월) 독립적으로 잠들고 밤 중에 깨더라도 스스로 다시 잠들 수 있는 능력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서양 국가에서는 지양하고 있다.
서수연 교수는 “태어날 때부터 선진국에 비해 대한민국 아기들이 적게 자고 산모들의 불면증 증상이 높은 것은 사회적 요인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면서 “한국 산모에게 불균형하게 가중되는 야간 육아 부담, 아버지의 늦은 퇴근 시간으로 인해 아이들의 취침 시간이 지연되며 선진국과 달리 코슬리핑을 고집하는 수면 문화가 산모들의 불면증으로 이어져 결국 저출산 같은 사회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야간 양육과 관련된 수면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변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행동수면의학회 공식 학술지(Behavioral Sleep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