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흔들며 구조 기다리던 80대 할머니…” 부산 화재 참변

입력 2025-07-14 15:34 수정 2025-07-14 15:45
경찰과 국과수 소방당국 14일 전날 화재가 발생해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숨진 부산 북구 만덕동 한 아파트에서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0대 어머니와 50대 큰아들 목숨을 앗아간 부산 만덕동 아파트 화재는 아파트 출입구 옆 작은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14일 조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현장감식을 지켜보던 입주민들은 “창밖으로 노모가 두 손을 흔들며 구조를 기다리던 모습이 선한데…”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 과학수사대와 소방당국, 국과수 등은 부산 북구 만덕동 소재 아파트에 대해 합동 감식을 이날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원인은 아직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현관 옆 작은방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국과수 소방당국 14일 전날 화재가 발생해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숨진 부산 북구 만덕동 한 아파트에서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과 국과수 소방당국 14일 전날 화재가 발생해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숨진 부산 북구 만덕동 한 아파트에서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은방과 그 주변으로는 컴퓨터와 각종 전선, 전동스쿠터 배터리 등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검게 탄 전자기기를 국과수에 보낸 뒤 정밀감정을 받은 후 화재 원인을 최종적으로 판단할 방침이다.

불이 시작된 곳이 아파트 현관과 거실 옆이라 일가족이 반대편 창문으로 대피하려고 한 것으로 추정된다.

어머니는 주방 옆방 창문을 통해 구조를 기다리다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큰아들은 주방에서 구조됐지만 끝내 숨졌다. 40대 작은아들은 주방 발코니 창문에서 소방 사다리로 구조됐다.

경찰은 거실 쪽에서 다량의 연기와 화염이 발생하면서 이들이 반대편인 주방 쪽에서 구조를 기다렸던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 감식을 지켜보던 A씨(60대)는 연합뉴스에 “펑 하는 소리가 들려 소리가 난 동을 바라보니 연기가 위로 치솟고 있었다”며 “어머니는 방 창문으로 손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하다 사라졌고 작은아들은 주방 발코니에서 얼굴을 내밀고 버티다 소방 사다리로 구조됐다”고 전했다.

경찰과 국과수 소방당국 14일 전날 화재가 발생해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숨진 부산 북구 만덕동 한 아파트에서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구조 작업을 지켜보던 주민들은 작은아들이 구조됐을 당시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하지만 옆 창문에서 손을 흔들던 노모와 큰아들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고는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작은아들은 양팔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현재까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발생한 집에는 당초 어머니와 작은아들만 살았는데, 최근 큰아들이 부산으로 오면서 함께 살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경비원 B씨는 “아침마다 주변 교통정리를 하고 있으면 꼭 할머니가 찾아와 ‘고생하신다’고 인사를 먼저 건넸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오늘 아침에는 안 보이시길래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부연했다.

화재경보기가 울렸는지 여부를 두고는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다”며 아파트 측과 소방대원에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까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설치된 R형 화재 수신기에는 경보기가 울렸다고 기록돼 있다. 경찰은 화재경보기 작동 여부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13일 오후 12시22분쯤 부산 북구 만덕동 한 아파트 2층에서 화재가 발생, 어머니와 큰아들이 숨지고 작은아들은 중상을 입고 구조돼 치료를 받고 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