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제자 신체를 활용해 논문 데이터를 획득하는 과정의 적절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국회에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자들이 자발적으로 실험에 참여했는지, 신체를 활용하는 실험이 안전하게 진행됐는지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다.
이 후보자는 제자들에게 인위적으로 시각적 자극을 주고 이를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하고 발표해 ‘제자 인체실험’ 논란을 빚은 바 있다(국민일보 2025년 7월 7일자 5면 참조).
제자 인체실험 논란을 빚은 논문은 ‘조명의 면적 및 조도 연출 변화에 따른 피로감 평가 연구’(2018년 2월)와 ‘조명의 면적 및 조도 연출 변화에 따른 불쾌글레어 평가 연구’(2019년 3월)다. 두 논문은 이 후보자가 교수로 있던 충남대 건축공학과 3학년 이상과 대학원생 등 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데이터를 근거로 작성됐다.
실험은 조명의 밝기와 면적을 변화시키며 피험자의 눈에 피로감과 불쾌감을 유도하는 자극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이었다. 학계에선 빛(글레어)에 대한 불쾌감이 지나치면 신경성 과민 스트레스 증상, 수면 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교육부 인사청문회준비단이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이진숙 인사청문회 1차 요구자료 답변서’를 보면, 이 후보자는 두 논문 실험 과정에서의 제3자 설명자 혹은 입회자 존재 여부 증빙 문서 요청에 “요구한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험에 참여한 학생들의 보호조치 관련 생명윤리위원회(IRB) 내 논의 기록 요구에도 “IRB 회의 기록은 ‘충남대 생명윤리위원회 표준운영지침’ 제6조(기밀성) 및 위원회의 독립성·공정성 유지를 위해 제출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IRB는 교수와 갑을 관계에 놓인 대학생 및 대학원생을 ‘취약한 연구대상자’로 규정한다. 취약한 연구 대상자란 연구자와의 관계가 연구 참여를 결정하는 동의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상자를 말한다. 충남대 IRB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취약한 연구대상자의 자발적 동의 여부를 검증하고, 이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심의할 의무가 있다.
한 국립대 연구윤리위원장은 “실험이 학생을 대상으로 할 경우 자발적 참여가 강요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동의 절차가 필수적”이라며 “제3자 입회 하 동의서 작성, 법정 대리인 동의 등 보완 조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자 동의서와 모집 공고문 등 형식적 요건 준수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초 자료도 없다는 입장이다. 후보자는 국회 답변서에서 “두 논문 연구에 사용된 학생 서면 동의서 원본이 문서보존 기간이 만료돼 파쇄·폐기됐다”고 했다. 또 실험 대상자 모집 공고문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충남대 IRB에 제출된 두 논문의 연구계획서에는 ‘(실험) 대상자 모집은 충남대 건축공학과 공고란, 페이스북, 학교 홈페이지 등을 통해 대상자를 1차 모집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김 의원은 “IRB에 낸 연구계획서대로 실험 대상을 모집하고 학생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거쳐 자발적 동의를 얻었는지는 이 후보자가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당시 공동으로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 등을 통해 추가로 사실관계를 확인해 인사청문회에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오는 16일 열린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