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 싸움에서 다윗이 이겼다.
주인공은 남자골프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한 크리스 고터럽(미국)이다.
고터럽은 14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베릭의 르네상스 클럽(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네시스 스코틀랜드오픈(총상금 900만달러)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65타를 기록한 고터럽은 매킬로이의 추격을 2타 차 2위로 따돌리고 시즌 첫 승, 통산 2승째를 거뒀다.
고터럽은 지난 2023년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는 머틀비치 클래식에서 PGA투어 생애 첫 승을 거뒀지만 올해는 한 차례도 ‘톱10’에 들지 못했을 정도로 부진하다. 반면 매킬로이는 마스터스 등 올 시즌 3승으로 기세 등등하다.
그런 이유로 챔피언조에서 맞붙은 이들의 대결은 매킬로이의 승리로 싱겁게 끝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고터럽이 초반 한때 2타 차로 뒤졌을 때만 해도 매킬로이의 낙승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러나 고터럽이 7, 8번 연속 버디로 앞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기세가 오른 고터럽은 10번, 12번 징검다리 버디로 승기를 잡았다. 15번 홀(파4) 보기로 1타 차 추격을 허용했으나 16번 홀(파5) 3m 버디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고터럽은 우승 상금 157만5000달러(약 21억 6830만원)를 획득했다. 머틀비치 클래식 우승 상금 72만 달러의 2배 이상의 거액이다. 게다가 당시 우승으로 받지 못했던 마스터스 출전권도 확보했다. 당장은 나흘 뒤 펼쳐지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디오픈행 막차 티켓도 손에 넣었다.
생애 첫 우승 때와 달리 이번 대회에는 스코티 셰플러(미국), 매킬로이, 잰더 쇼플리(미국) 등 세계랭킹 1∼3위를 포함한 정상급 선수가 대거 참가했다는 점에서 고터럽의 통산 두 번째 우승은 의미가 다르다. .
우승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고터럽은 “정말 멋지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겠다. 다음 주에 디오픈에 나간다”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시즌 4번째 우승을 노리던 매킬로이는 2타를 줄였으나 9번 홀 이후 버디를 하나도 추가하지 못해 2위(최종합계 13언더파 267타)로 대회를 마쳤다.
셰플러와 이어지는 디오픈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쇼플리는 나란히 공동 8위(최종합계 9언더파 271타)로 대회를 마쳤다.
시즌 두 번째 ‘톱10’이 기대됐던 김주형(23·나이키)은 1타를 잃고 공동 17위(최종합계 6언더파 274타), 김시우(30)는 1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34위(최종합계 4언더파 276타), 안병훈(33·이상 CJ)는 3타를 더 잃어 컷을 통과한 79명 가운데 최하위(최종합계 8오버파 288타)로 대회를 마쳤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