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무역 협상과 관련해 “한국은 지금 당장 거래를 하기를 원한다”며 “그들은 상당한 관세를 지불하고 있고 결정을 내리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한국 등 무역 상대국들이 관세를 낮추기 위해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무역 상대국에 고관세율의 상호관세 폭탄을 안기면서 그동안 각국의 여러 협상 전략이 별 소용 없다는 평가도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에게 한국과의 협상을 거론한 뒤 “이런 조치(관세)들을 바꿀 수도 있고 바꾸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나라가 거의 10년 만에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어 유럽연합(EU)과 일본, 한국 등 무역 상대국들이 “굉장히 빠르게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EU는 그들의 나라를 개방하고 싶어 한다. 일본은 시장을 개방하는 정도가 훨씬 덜 하다”며 “일본은 미국에 자동차 수백만대를 팔지만, 우리는 일본에 자동차를 팔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관세를 협상으로 피하려는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계속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주요 교역 파트너들은 더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회유에서 보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략을 시도했다”며 “그러나 대부분은 상처만 입고 빈손으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지금은 협상의 시간”이라며 EU가 미국과 협상하는 동안에는 보복 관세를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EU가 추가적인 대응책도 계속 준비하고 있다며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EU는 그동안 관세 보복 조치 대신 협상에 집중해왔음에도 지난 12일 30% 관세 통보 서한을 받았다. EU는 최근까지 미국과의 협상에서 진전이 있었기 때문에 지난 주 서한 통보 대상에서는 빠졌었다. 하지만 결국 애초 발표보다 10%포인트나 인상된 관세율을 통보받았다.
멕시코도 국경 순찰을 강화하는 등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펜타닐 단속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하지만 전날 EU와 마찬가지로 30% 관세를 통보받았다. 한국과 일본도 그동안 성실히 미국 측과 협상해왔지만 다음 달 1일부터 25% 상호관세를 부과받았다. 브라질은 미국에 무역 수지 적자를 보고 있는데도, 50%의 관세 폭탄을 떠안았다.
현재 미국과 초보적인 무역 합의라도 한 국가는 영국과 베트남, 단 2개국에 불과하다. 미국은 중국과는 서로 관세 폭격을 주고받은 뒤 일시적인 중지에 합의한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트럼프의 관세 공격을 받은 아시아 국가들이 더 나은 친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대부분 국가가 징벌적 관세를 피하기 위해 여전히 협상 중이지만 미국을 우회할 수 있는 무역 파트너도 찾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호주와 독일 등에 특사를 파견하는 것을 예로 들며 이번 특사가 국방과 무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브라질과 인도도 양국 간 교역을 70% 늘리기로 했고, 인도네시아와 EU는 이달 중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해 무관세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NYT에 “점점 더 많은 국가가 미국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느끼면서 다른 국가와의 협력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악관은 다음 달 1일부터는 관세를 진짜로 부과한다며 더 이상 유예는 없다고 압박했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ABC 방송 인터뷰에서 관세 통보 관련 질문에 “대통령이 자기가 생각하기에 충분히 좋은 합의를 갖지 못하면 관세는 진짜로 부과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하지만 대화는 계속되고 있고 우리는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겠다”고 덧붙였다.
해셋 위원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무역 상대국을 향해 관세율을 발표한 것을 두고 “하워드 러트닉(상무부 장관)과 나머지 무역 팀이 협상한 개략적인 합의들을 일부 봤는데 대통령은 합의가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