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낙태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교회가 침묵하거나 중립에 머문다면 생명은 계속 버림받을 것입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소장 홍순철)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개최한 ‘2025년 7월 콜로키움’에서 연구소 사무총장인 장지영(사진) 이대서울병원 교수가 주장한 내용이다. 이날 강의는 ‘프로라이프 운동의 현황과 전략’을 주제로 국내외 낙태 정책의 흐름을 짚고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실천적 생명 운동 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장 교수는 “교회의 침묵이 생명의 위기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정죄가 아닌 회복과 연대의 언어로 생명 운동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고대 몰렉 숭배와 힌놈 골짜기에서의 아동 희생을 언급하며, “어린 생명을 향한 수난사는 성경 속에서도 반복되어온 비극”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연방대법원이 2022년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폐기한 이후 각 주가 낙태에 대한 자율입법권을 갖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낙태권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아님을 분명히 한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한국 사회에 대해선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2025년 현재까지도 입법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며 “형사처벌 여부를 넘어서 생명 보호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의지가 부재한 상황”이라 지적했다.
이어 장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낙태정책 권고안(23진정0752100 사건)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생명의 시작에 대한 과학적·성경적 정의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으며 낙태를 미화하는 언어의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의에서는 특히 약물 낙태의 위험성도 강조됐다. 장 교수는 “미국 FDA의 규제 완화로 인해 낙태약이 우편·비대면 진료로 쉽게 전달되면서 여성들이 의료 보호 없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고 있다”며 “자궁외임신 여부 확인, 과다출혈 모니터링, 응급처치 판단 등 기본적인 의료 절차조차 빠져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강의의 핵심 메시지는 ‘생명 운동의 언어 전환’이었다. 장 교수는 성산생명윤리연구소가 운영 중인 SUFL(Stand Up for Life) 프로그램의 사례를 소개하며 단순한 반대 운동이 아닌 회복 중심의 전략을 제시했다. SUFL은 위기임신센터 지원, 청소년 성교육, 입법 감시, 생명 캠페인 등 전방위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장 교수는 “진정한 프로라이프는 여성과 태아 모두를 위한 회복과 연대의 운동”이라며 “정죄가 아닌 위로와 회복의 언어로 접근할 때 사회는 생명존중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은 교회가 침묵하거나 중립을 선택할 수 없는 시대”라며 “공적 책임을 감당하는 교회의 각성이 생명 보호 운동의 출발점”이라고 역설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