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열음 “‘고잉홈프로젝트’의 홈은 이제 고양 아람누리예요”

입력 2025-07-14 04:30
지난해 8월 고양 아람누리에서 열린 ‘고잉홈프로젝트X손열음’ 공연이 끝난 뒤 손열음(가운데)이 단원들과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고양아람누리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이끄는 ‘고잉홈프로젝트’는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국 출신 음악가들과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은 음악가들이 모인 악단이다. 지난 2022년 6일간의 창단 연주 ‘더 고잉홈위크’를 선보인 후 매년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고잉홈프로젝트는 지휘자와 음악감독 없이 수평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경기문화재단의 공연장 상주단체 지원사업 일환으로 지난 3월 고양아람누리 상주단체가 된 고잉홈프로젝트가 오는 19일 첫 공연을 앞두고 있다. 손열음 서면 인터뷰를 통해 고잉홈프로젝트가 상주단체가 된 배경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손열음은 “베이스가 되는 공연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악단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연주자에게 악기 같은 존재가 악단에겐 공연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세계 주요 악단들은 모두 고유의 음향을 가진 자신들의 ‘홈 베이스’ 공연장과 함께 성장해왔다. 고잉홈프로젝트도 역사는 아직 길지 않지만 언젠가 우리의 베이스 공연장에서 우리의 소리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함께 상주단체로서 클래식 관객은 물론 잠재적 관객들에게 고양 아람누리를 보다 알리고 싶다”고 부연했다.

고잉홈프로젝트가 최근 고양 아람누리에서 연습하고 있다. 고양 아람누리

2007년 개관한 고양 아람누리는 오페라극장인 아람극장(1887석), 콘서트홀인 아람음악당(1449석), 가변형 소극장인 새라새극장(304석)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아람음악당은 국내 콘서트홀 중에서도 음향이 뛰어나 연주자나 오케스트라의 음반 녹음이 자주 이뤄진다. 손열음은 “고양아람누리 개관 직후인 2008년 봄 초청 공연을 가졌다. 당시 공연장의 울림이 객석까지 전해지던 순간이 너무나 특별해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면서 “고잉홈프로젝트가 지난해 고양아람누리 기획공연 ‘아람 로열 클래식’ 시리즈에 초청받아 공연을 가졌다. 이 공연은 고잉홈 프로젝트가 처음으로 받은 외부 초청 공연이라 악단 구성원들에게 의미가 남달랐다. 고양 아람누리는 나 개인과 악단 모두에게 남다른 인연이 있는 데다 훌륭한 음향을 갖춘 곳이어서 자주 연주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며 상주단체로서 협업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현재 고잉홈프로젝트에는 스베틀린 루세브(바이올린), 헝웨이 황(비올라), 김두민(첼로), 치모 클레멘테(더블베이스), 조성현(플루트), 함경(오보에), 조인혁(클라리넷), 유성관(바순), 김홍박(호른) 등 악기별 수석 연주자들을 포함해 40명이 정규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해외 오케스트라에서 활동 중인 연주자들 1/3, 해외 악단에서 활동하다가 귀국 후 한국에서 활동 중인 음악가들 1/3,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거나 활동했던 외국인 음악가들 1/3 정도의 비율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각 공연의 편성에 따라 객원 연주자들이 참여한다. 정규 단원들 면면을 보면 다들 너무 바빠서 상주단체로서 연간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연주나 교육 등 프로그램을 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손열음은 “고잉홈프로젝트의 연주 가운데 오케스트라 연주가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에 우리를 오케스트라라고 인식하는 것 같은데,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관현악뿐 아니라 실내악, 독주, 교육 프로그램, 찾아가는 음악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방위적 음악활동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고양 아람누리에서 상주단체로서 펼칠 활동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고잉홈프로젝트 단원들이 최근 고양 아람누리에서 연습하고 있다. 고양 아람누리

고잉홈프로젝트는 올해 상주단체로서 3차례의 공연을 선보인다. 공연은 아람음악당에서 7월 19일 ‘라벨&쇼스타코비치’, 8월 23일 ‘2025 고잉홈 더 갈라’ 그리고 11월 1~2일 새라새극장에서 여는 ‘고잉홈 프로젝트 x 새라새 클래식’이 예정돼 있다. 손열음은 “3차례 공연 가운데 아람음악당에서 여는 두 콘서트는 고잉홈프로젝트만의 색깔을 보여줄 것 같다”면서 “개인적으로 관객친화형 공연을 만들기 용이한 블랙박스형 공연장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11월 공연을 추진하게 됐다. 유럽에서 많이 봐왔던 클럽형 콘서트로, 관객들이 따로 정해지지 않은 객석에 자유롭게 앉아 음료를 마시면서 즐길 수 있다”고 피력했다.

고잉홈프로젝트가 공연 외에 애정을 쏟고 있는 것은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미 2023년 시작한 ‘고잉홈 아카데미’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서유럽 오케스트라의 인턴십형 아카데미를 모델로 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손열음은 “고잉홈프로젝트가 상주단체를 지원한 이유 중 하나가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고잉홈 아카데미는 매회 늘어나는 지원률과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괄목할만 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그동안 하드웨어 부재로 인해 교육 모델을 확대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상주단체가 된 만큼 이 프로그램을 보다 발전시키고 싶다. 특히 고양과 경기도의 인재들이 수혜를 누릴 수 있게 잘 만들어 가보고 싶다”면서 “올해는 내가 고양예고를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하나 예정돼 있다. 그리고 고잉홈프로젝트의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와 플루티스트 조성현이 아람누리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